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하자 CATL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200억 위안(27억 3000만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자 중국 정부에 이어 기업들까지 주가 방어에 팔을 걷고 나선 양상이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영 석유 회사 페트로차이나와 세계 최대 가전 제조 업체 미디어그룹 등 중국 주요 기업들은 이날 200억 위안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정부를 필두로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1조 3000억 달러 규모의 국가 기금에 합류해 주식을 사들여 주가 하락을 방어할 계획이다. 페트로차이나는 최대 56억 위안을 투입해 지분을 늘리겠다고 밝혔으며 중국해양석유(CNOOC)는 40억 위안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알렸다. 미디어그룹은 30억 위안을 투자하며 올해 2분기 홍콩 증시에서 약 50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도 최대 80억 위안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 인민은행 역시 재정과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청퉁지주그룹과 중국개혁지주공사는 1조 6300억 위안의 국유 자본 가운데 1000억 위안을 주식 매입에 배정했다고 발표했다. 상하이 중타이증권의 쉬치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공황 확산을 억제하고 투매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대형 상장기업들은 단기 변동성을 억제하는 것 외에도 미래 실적에 자신감을 표명함으로써 사업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대형주 300개를 추종하는 CSI300지수는 미국 증시가 5% 안팎으로 급락하던 상황에서도 10일 1.3% 상승했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 규모인 3000억 위안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며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에 대응해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내려 대출 여력을 확대하고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 재개,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총동원하는 한편 주식시장 안정화 기금 증액, 출산·아동 보조금 등 소비 부양책도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올해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으로 예상하며 정책금리 인하 전망치를 기존 40bp(bp=0.01%포인트)에서 60bp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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