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정 타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1기 행정부부터 강조해온 외교 전략인 ‘힘을 통한 평화’를 앞세워 우크라이나에 이어 러시아에도 압박을 가하며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반우크라이나·친러시아’ 행보가 이어지는 만큼 러시아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형태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강타하고 있는 사실에 근거해 나는 휴전 및 평화에 대한 최종적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은행 제재와 관세 등 (다른) 규제를 강력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너무 늦기 전에 지금 당장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제안이 많다"며 “어떻게 당근과 채찍을 사용할지 현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광물협정 노딜’ 사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안전 보장을 놓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충돌한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정보 지원에 이어 상업용 위성사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압박을 환영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일부 외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로 시간을 번 러시아가 봄철 대공세를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규모 은행 제재와 관세 등 압박을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상 테이블에 나와 종전을 위한 논의를 신속하게 이어가자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생색내기용 제재’라는 비판도 따른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단순히 균형을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위협이 공허하다는 것을 완벽하게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 이후 미국의 러시아산 수입은 이미 90% 감소했다. 지난해의 경우 30억 달러도 안 된다. 관세 조치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와 고위급 회담을 갖고 평화협정 등에 대해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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