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경기형 과학고’ 4곳이 문을 연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숙원 사업이 현실화 한 것으로, 경기형 과학고를 통해 첨단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임태희표’ 교육개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다만 사교육 증가, 경쟁 심화 우려 목소리도 여전한 만큼, 철저한 준비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9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1, 2차 심사를 통과한 성남·이천·시흥·부천 4개 기초지자체의 ‘새로운 미래형 과학고’ 개교안이 최근 교육부 장관 동의를 얻어 확정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 내 과학고는 의정부 소재 경기북과학고를 포함해 총 5곳으로 늘어난다.
이번 신규 지정으로 기존 학교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성남시 분당중앙고와 부천시 부천고는 2027년 3월, 신설 학교인 이천시 이천과학고와 시흥시 시흥과학고(가칭)는 2030년 3월 개교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특별 전담조직(TF)을 꾸려 운영을 돕게 된다.
경기형 과학고는 학교와 교육지원청을 비롯해 지자체와 지역기관이 협력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지역 특화형’ 과학고를 목표로 한다. 실제 성남 분당중앙고는 정보통신, 부천고는 로봇, 시흥과학고는 바이오, 이천과학고는 반도체 분야 등으로 지역에 특화된 과학고를 만들 계획이다.
임 교육감은 지정 확정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학기술이 이끄는 대전환기에 과학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대안으로 새로운 형태의 과학고 설립을 추진해왔다”며 “대한민국 미래 과학기술을 주도할 인재 양성을 경기교육이 책임진다는 각오로, 기존의 과학고와는 다른 특성화된 과학교육 시스템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존 과학고와 달리 각 과학고마다 특정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만큼, 과학고 신설로 인한 경쟁 심화, 사교육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입시 전문가는 “경기형 과학고는 로봇, 바이오 등 특정 분야 인재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입학 단계에서부터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지원할 가능성이 큰 만큼, 입학 경쟁이 치열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사교육 증가와 관련해서도 “과학고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 수는 정해져 있다"며 “학교가 늘면서 지원자가 조금 늘어날 수는 있지만, 이 때문에 사교육이 확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짚었다. 다만 과학고 신설이 사교육을 부채질 할 것이란 목소리도 만만찮다. 교육계 관계자는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되는 만큼, 과학고가 늘어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과학고가 새로 생기면 사교육 증가는 불가피한 만큼,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를 잘 알고 있는 임 교육감은 경기형 과학고가 입시 도구로 변질되지 않도록 설립 전까지 적극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임 교육감은 “학원을 거쳐야 과학고에 입학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정책은 실패한 것”이라며 “앞으로 설립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찾으라고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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