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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유토피아·위기 프레임…민주주의 흔든 독재자들

■극우, 권위주의, 독재(루스 벤 기앳 지음, 글항아리 펴냄)

무솔리니서 히틀러·푸틴까지

10여명의 현대 독재자들 분석

전세계 극우화 맞물려 큰 화제

"다시 위대한 국가" 향수 자극

국민들 열광적 호응 이끌어내

민주체제서 선거로 권력 잡아





“‘모든 국가는 그 국가가 받아 마땅한 불한당을 얻는다.’ 무솔리니 치하의 파시스트 이탈리아를 두고 당시 한 빨치산의 이 말은 다소 지나치게 들릴 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더없이 정확하다.”

최근 국내에 번역된 ‘극우, 권위주의, 독재(원제 Strongmen)’의 저자는 동서고금의 독재자 혹은 권위주의 정치가들과 해당 국가 국민에 대한 평을 이 한 줄로 정리한다. 결국 국민들이 통치자(리더)를 선택한다는 취지다.

이탈리아 파시즘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파시즘의 원조 격인 무솔리니(이탈리아)에서 시작해 히틀러(독일), 프랑코(스페인), 카다피(리비아), 피노체트(칠레), 모부투(자이르), 에르도안(튀르키예), 베를루스코니(이탈리아)를 거쳐 푸틴(러시아)과 트럼프(미국)에 이르는 10여 명의 현대 독재자들을 분석했다.

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집권 말기인 2020년에 처음 나왔다. 지금까지도 책은 여전히 글로벌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고 이번에 국내에 번역됐다. 현재 전세계 정치의 극우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권위주의 정권 뿐 아니라 민주주의 정권에서도 극우 정치인과 우파 포퓰리스트, 독재자들의 출현은 흔한 현상이며 트럼프 집권 2기에 접어들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쿠데타는 언제 어디서든 경제 참사 혹은 좌파로 인한 대재앙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자행된다”거나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게 하는 충격적인 일이나 중대한 사건은 독재적 역사를 촉진한다”, 또는 “사람들은 심각한 부실 운영이나 탄핵, 국제적 망신을 겪으면서도 그 지도자 편에 서는 경향이 있다”와 같은 저자의 분석은 오늘날 한국의 상황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저자는 책에서 독재자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현대 사회 독재자의 출현에는 사회적·경제적 조건도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 어떤 독재 국가가 되느냐는 독재자의 성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들 독재자들은 도덕적·제도적 힘이 부족한 곳을 파고들어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드는 데 성공한다. 방법은 주로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파시스트의 정권 탈취, 둘째 군사 쿠데타, 셋째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민주주의에 대한 침식이다. 지금 시대에는 세 번째 유형이 가장 흔하다. 책에 나오는 독재자 가운데 카다피를 빼고는 모두 이른바 민주적 체제에서 선거나 타협을 통해 권력을 잡았다.

지금 시대에 여전히 독재가 위험한 이유다. 역사상 독재자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의 프레임을 활용해 호응을 끌어낸다. 유토피아, 향수, 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국가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독재자의 약속은 현대 권위주의 통치의 ‘접착제’가 되는데, 이는 현재에 대한 암울한 전망, 장밋빛 미래에 대한 비전이 향수에 결합된 것이다. 가령 푸틴은 소비에트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트럼프는 2016년 첫 취임 연설에서 미국을 “온 나라에 낡아빠진 공장들이 묘비처럼 흩어져 있는” 황량한 곳으로 묘사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만들자고 했다. ‘MAGA’ 슬로건은 2025년 트럼프 2기에도 여전하다.

그러면 독재 추종자들은 어떤가. 저자는 추종자들의 심리에 대해 “그들이 그를 믿는 이유는 그를 믿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미디어 정치에 능숙할수록 추종자들은 그를 더 진실하다고 여긴다”, “그들은 더이상 참과 거짓,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않고 권력 남용도 문제 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종적으로 중요한 것은 언제나 경제다. 독재자들의 뒤에는 돈 많은 후원자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푸틴과 올리가키, 히틀러와 독일 기업가들, 트럼프와 월가 등 모든 권위주의 정권은 재벌들과 동맹을 맺어왔다.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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