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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부족 vs. 초과공급’ 따져보니…근무일수 산정 따라 추계 '제각각'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주최

10일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 발표회' 열려

서울의대·서울대 보건대학원·의협 각각 공개

"의대 증원만으론 해결 못 해" 한목소리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과대학에서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과대학에서 열린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정책에서 비롯된 의정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의사인력 수급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10일 공개됐다. 연간 근무일수 등의 기준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1만 6000여 명 부족부터 1300여 명 초과공급에 이르기까지 의사 수 전망치는 크게 갈렸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 발표회'를 열고 서울의대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등 세 팀이 각각 제출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서울의대 연구팀은 의대 증원이나 의료시스템 개혁 없이도 2037년까지는 의사 공급이 초과 상태라는 결론을 내렸다. 의사의 1년 근무일수를 주 5일 근무에 가까운 265일로 가정한 수치다.

연구팀은 증원과 개혁이 없을 경우 2035년 기준 1375명이 초과 공급되고, 2050년에는 1만6241명의 의사가 부족해질 것으로 추산했다.

의료시스템 개혁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개혁의 강도가 강할수록 의사 수 부족이 발생하는 시점이 뒤로 늦춰진다는 전망이다.

서울의대 연구팀은 "의대 정원 확대가 긴급한 과제가 아님을 시사한다"면서도 "적절한 개혁 없이는 의사 부족 발생이 예측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이 의료개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게 연구자들의 입장이다.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는 "필요한 의사 수 추계는 합리적 가정과 시나리오에 근거해야 하고 의료 생산성의 발전 정도가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인프라 등에 투자해야 한다"며 "지역의료 격차 등은 증원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현재(2025년) 4973명의 의사가 부족하며, 증원하지 않으면 2030년에는 9063명, 2040년 2만1천345명, 2050년 2만8664명 등으로 그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마찬가지로 의사들의 연간 근무일수를 265일로 가정한 수치다.

2026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1500명 증원한다고 가정해도 2050년에 의사 수가 5612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2060년에는 1만764명 공급 초과로 전환될 것이란 예상이다.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과대학에서 열린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서 의사 수 증가 추세 및 연령별 비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상급종합병원 등 큰 병원에선 의사가 부족하고 의원에서는 의사가 초과하는 등 의료기관 종별 인력 불균형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치의 제도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유나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의사 인력 정책은 증원 논의에만 국한해선 안 된다"며 "지역 간 균형 있는 의료 공급,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과 결합해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의정연)은 현재(2025년) 의사 수가 926명 과잉이며, 증원하지 않아도 2035년에 의사 3161명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5년간 증원할 경우 과잉 공급 규모가 1만1481명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앞서 두 연구팀과 의정연의 연구 결과가 큰 폭의 격차를 보인 배경은 근무일수였다. 의정연은 2020년 전국의사조사를 토대로 의사의 근무일수를 연 289.5일로 설정했다. 서울의대,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적용한 근무일수(265일)보다 35일 가량 높게 잡은 것이다.

의협 연구에서도 의사의 근무일수를 265일로 적용하면 증원하지 않은 채 2035년이 됐을 때 의사 수가 9691명 부족하고, 증원 시 1371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 근무일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의사 수 추계가 달라지는데, 265일 근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의정연의 입장이다.

문석균 의정연 부원장은 "실질적인 의사 근무일수를 적용하면 의대를 증원하지 않아도 공급 과잉"이라며 "합리적인 중장기 의사 수급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선 의료 제공자와 관계 기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이날 발표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단순한 의사 수 확대보다 의료시스템 개선 같은 의료개혁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끌어냈다.

오 교수는 "세 연구 모두 숫자가 아닌 숫자 밖의 의료개혁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의료시스템이 개선되면 수요·공급 불일치가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의 근무일수가 중요한 변수로 지목된 만큼, 현재의 근무강도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는지를 짚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지금 의사들의 근무일수 289일이 지속 가능한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젊은 의사들은 훨씬 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할 텐데, 이런 것까지 고려하면 의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에 문석균 의정연 부원장은 "의사 근무일수는 의료 특수성 때문에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265일만큼 줄일 수 있으면 의사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그게 과연 환자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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