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디스플레이코퍼레이션(UDC)은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나라를 투자처로 저울질하면서 각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종 투자지로 한국을 낙점한 후에도 투자 계약 체결까지는 2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김인규 아이티켐 대표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23년 5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학회(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에서 UDC 관계자를 만나 기술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이후 UDC 측에서 아이티켐의 기술력과 한국의 인프라 경쟁력을 주목해 결국 전략적 투자(SI)가 성사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1994년 설립된 UDC는 미국 뉴욕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관련 330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국내 소재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업이 생산하는 저전력 OLED 기기의 원천 기술이어서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상당하다. 2005년 설립된 아이티켐은 원료의약품(API)·디스플레이·전자 재료 제조 및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법인과 투자은행(IB)에서 경력을 쌓은 김 대표가 2020년 인수해 각 분야 국내 대기업을 주요 공급처로 확보했다.
양측은 추후 신소재 실증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UDC가 미국 현지에 있는 연구개발(R&D) 본부에서 각종 신소재를 개발하면 이를 아이티켐이 국내 산업 현장에서 테스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UDC는 새로운 소재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실험해볼 테스트필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이 최근 제조업 리쇼어링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인프라 구축이 더딘 상황이어서 디스플레이·바이오·전자 산업 전반에 걸쳐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는 UDC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UDC벤처스를 통해 이뤄졌다. 신물질을 실증하는 것을 넘어 아이티켐이 강점을 보유한 원료의약품(API)과 전자 재료 분야에서 두 기업이 협력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UDC 시가총액은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00억 달러(약 15조 원)를 웃돌았지만 최근 디스플레이 산업 하향세에 따라 75억 달러(약 11조 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디스플레이 외 신산업을 찾아 소재 밸류체인을 넓혀야 하는 상황이다.
조시 엡스타인 UDC벤처스 파트너는 “아이티켐은 여러 산업에 걸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 과학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장기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를 비롯해 추진 중인 상장을 통해 얻는 자금을 바탕으로 국내를 대표하는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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