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으로 가는 이동 수단을 독점한 남산 케이블카 대신 시민들에게 수익을 환원할 ‘남산 곤돌라’를 짓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63년 간 독점 운영을 해온 남산케이블카 운영사가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금액이 연 수익의 2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반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남산 곤돌라 사업 수익은 남산의 생태계 회복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생태 관련 전문가들은 지난 10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개최한 ‘지속가능한 남산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봉호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남산을 찾는 이용객들의 60% 이상이 외국인인 만큼 남산 공원은 세계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며 “기후변화에 따라 생태환경 관리가 필요한데 매년 7억~10억 원 수준의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원이 부족해 관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곤돌라 사업을 재개해 운영 수익금 전액을 남산공원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남산 곤돌라 착공식을 진행하고 사업을 본격화 했다. 남산 곤돌라는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예장공원(하부승강장)에서 남산 정상부(상부승강장)까지 총 804m를 운행하는데 왕복 약 5분이 소요된다. 총 캐빈 25대(10인승)를 운행해 시간 당 1800명 가량 남산 방문객을 수송할 수 있다. 내년 개장을 목표로 시는 예장공원이 들어설 장소 내 이회영기념관을 철거하는 등 본공사를 위한 사전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던 한국삭도공업이 같은 해 10월 서울시를 상대로 공사를 멈춰 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며 공사가 중단됐다. 당시 삭도공업은 서울시가 곤돌라 지주를 설치할 대상지의 용도구역을 도시자연공원(개발 제한을 목적으로 지정한 구역)에서 도시계획시설공원(공원 조성을 위한 계획이 반영된 구역)으로 변경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지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당초 본안 소송이 4월 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변경되며 일정이 연기됐다. 시는 집행정지 효력 여부와 관련해서 지난해 말 변론을 모두 끝냈으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와 시의회는 케이블카의 독점을 저지하기 위해서 남산 곤돌라 사업의 재개를 주장했다. 곤돌라는 공중에 설치된 케이블을 따라 움직인다는 점에서 기존 케이블카와 유사하지만 운영 방식이 다르다. 케이블카는 상행, 하행 각 1대씩 캐빈을 운영하지만, 곤돌라는 캐빈이 멈춤 없이 촘촘히 순환하는 방식으로 운행돼 수송할 수 있는 인원이 3배 가량 많다.
서울시는 곤돌라 사업이 완공될 경우 연간 남산 방문객이 기존(129만 명)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347만 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기존의 케이블카 이용 요금(1만5000원)보다 저렴한 1만 원으로 책정해 시민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창덕, 종묘, 명동역, 충무로역 등 인근 상권도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했다.
홍현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곤돌라는)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노인, 어린이, 유모차 등 ‘이동 약자’들도 평지에서 바로 탑승해 내릴 수 있는 구조"라며 "남산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높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회사를 맡은 김길영 서울특별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위원장은 “남산 곤돌라는 단순히 남산을 이용하는 새로운 이용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운영 수익을 생태환경 복원과 유지에 재투입하는 혁신적인 도시 인프라 모델”이라며 “지속가능한 남산 사업을 공공이 개발하고 그 이익을 시민들에게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정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은 “'63년 독점' 논란을 빚고 있는 남상 케이블카사와 법적 공방으로 인해 남산 곤돌라 공사가 3개월 넘게 중단됐다”며 “법이 불합리한 독점 체제를 바로잡고 남산의 공공성, 공익성을 회복하는 노력을 가로 막고 있다면 법이 가진 문제를 바로 잡는 방법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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