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주부 김아영(가명) 씨는 최근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했다는 한 여행사로부터 ‘리뷰 부업’을 제안 받았다. 소액의 여행상품을 예매한 뒤 후기를 작성하자 환불과 더불어 환급금까지 지급되는 것을 본 김 씨는 정식으로 단체 채팅방에 초대돼 5인 1조 형식으로 리뷰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여행상품 금액이 커졌고, 초반에 정상적으로 지급되던 환급금도 들어오지 않았다. 김 씨는 그제서야 부업이 사기였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8100만 원의 투자금이 사기 조직의 수중으로 들어간 뒤였다.
최근 해외여행 인기에 편승해 여행사를 사칭한 투자사기 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여행사를 사칭한 팀미션 사기 조직과 관련한 신고가 서울 은평경찰서 등 전국 각지 경찰서에 접수되고 있다. 피해 금액은 적게는 수천 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리뷰 작성 후 환급금 지급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해 이를 가로채는 ‘팀미션 사기’는 과거 이커머스 업종을 중심으로 창궐했었지만 여행사를 사칭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초기에 피해자들이 여수, 부산, 경주 등 11만 원 상당의 국내여행 상품을 예매한 뒤 후기를 작성하면 다음 날 환급금 10%가 추가된 12만1000원을 통장에 입금해주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는다. 이후 동남아, 유럽, 미주 등 수백만 원대 여행상품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단위가 커지면서 피해자가 포기 의사를 밝히면 ‘가이드’라고 소개된 관계자가 “한 명이라도 예약을 진행하지 않으면 환급금 지급을 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채팅방 참여자들도 “빨리 예약하라”며 장기신용카드 대출 등을 유도한다. 피해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추가금을 입금해도 “예약 실수 건이 있다”, “세금 문제가 있다”며 환급을 미루고 종국에는 투자금을 가로채고 잠적한다.
또한 이들은 투자자를 속여 금전을 가로채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이 호텔을 실제 예약한 것으로 꾸민 뒤 “여행 계획이 취소됐다”며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거래글을 게시해 중고거래 사기를 벌이려던 정황도 포착됐다.
홈페이지도 정교하게 제작됐다. 이들은 홈페이지에 국내·해외·테마·럭셔리 등 카테고리별로 상품을 분류해 놓았고, “인천공항에 입점했다”며 카운터 위치까지 지도로 표시해놓는 등 치밀하게 사기행각을 벌였다. 인천공항 측은 “공항은 ‘입점’의 개념이 없을 뿐더러, 해당 여행사는 사무실 및 여행사 카운터 임대 목록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여행사의 주소와 전화번호, 사업자등록번호 등도 적혀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여행사의 사업자등록번호를 도용해 홈페이지에 올려놓으며 피해가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영세 여행사에게도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 여행사가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해 해당 사이트를 차단해도 단 며칠 만에 이름만 바꾼 똑같은 형태의 홈페이지가 등장해 피해는 계속 이어진다. 피해 여행사 대표 조 모 씨는 서울 마포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하루에도 피해자의 전화가 몇 통씩 오고 있어 업무에 지장이 갈 정도로 피해를 받고 있는데다, 우리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괜히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며 “정신적 피해 등을 호소해도 금전적인 피해가 없기 때문에 처리가 곤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호소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겨우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칭 사기의 등장은 여행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당국 차원에서 사기 조직 검거 등 조속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