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상위 제약사의 매출 순위가 대폭 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령(003850)이 연간 매출 1조 원을 넘기며 ‘빅6’ 대열에 합류했고 종근당(185750)이 전년도 3위였던 GC녹십자(006280)에 2위 자리를 내줬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000100)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 678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전통 제약사 매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것은 물론 전통 제약사 최초로 ‘매출 2조 원’의 벽을 돌파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국내 최초의 항암 신약 ‘렉라자’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하면서 라이선스 수익이 1053억 원으로 839.3% 증가한 영향이다. 하지만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해 수익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GC녹십자는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국내 제약사 매출 3위에서 2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GC녹십자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 67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지난해 8월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미국에 출시하면서 4분기에만 미국에서 매출 480억 원을 올렸다. 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주춤했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수출도 정상화되면서 매출을 견인했다. 다만 GC녹십자의 수익성 역시 자회사 부진 등의 영향으로 악화했다. 지난해 GC녹십자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6.8% 줄었다.
종근당은 GC녹십자에 매출 2위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내려앉았다. 종근당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 5864억 원, 영업이익은 9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 59.7% 감소했다. 상위 6대 제약사 중 지난해 매출이 역성장한 곳은 종근당이 유일하다. 전년도 노바티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계약금 1061억 원을 수령한 것이 ‘역기저효과’로 작용했다는 것이 종근당 측 설명이다. HK이노엔(195940)과의 공동판매 계약 종료로 종근당의 효자 품목이었던 ‘케이캡’ 매출이 1376억 원(2023년 기준) 이탈했지만 대웅제약(069620)의 ‘펙수클루’ 등 신규 코프로모션 품목이 추가되면서 케이캡 매출 공백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한미약품(128940)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 4955억 원을 기록하며 4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이 지난해 2103억 원의 원외처방 매출(유비스트 기준)을 기록하며 국내 제약사 전문의약품 최초로 원외처방조제액 1위에 오른 영향이다. 국내사 전문의약품이 단일 품목으로 매출 2100억 원을 돌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의정 갈등 장기화 등으로 한미약품 연결 영업이익은 21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다.
5위 대웅제약은 6대 제약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성장시켰다. 2년 연속 매출,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대웅제약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 4227억 원, 영업이익은 1480억 원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 중인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와 신약 펙수클루, ‘엔블로’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것이 대웅제약 측 설명이다.
보령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려 ‘매출 1조 클럽’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보령의 지난해 매출은 1조 171억 원, 영업이익은 7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2%, 3.2% 증가했다. HK이노엔과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와 케이캡 코프로모션을 펼친 효과가 컸고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 ‘젬자’, ‘알림타’, ‘온베브지’ 등을 도입하는 레거시 브랜드 인수(LBA) 전략으로 항암제 부문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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