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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美 보잉 대상 국제소송 지원 검토… ‘무안참사’ 기체결함 가린다

[대형참사 해외소송 첫 직접 지원]

美소송 최대 장점 디스커버리제도

엔진도면·사고이력 등 샅샅이 살펴

'사라진 4분' 대체할 핵심증거 기대

2년 소송 전망 속 중간합의 가능성

배상액 국내 대비 최대 10배 될수도

유족들 "공식조사 보며 결정" 신중





정부가 179명의 희생자를 낸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추락 사고’와 관련해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를 상대로 한 국제 소송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대형 참사 피해자의 해외 소송 지원을 한다면 이번이 첫 사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달 중 유족 대상 설명회를 열어 국제 소송의 장단점과 절차, 실효적 구제 수단 등을 안내하고 법률 지원 필요 사항을 수렴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관계자들과 사전 논의를 진행해왔으며 국토교통부와 함께 유족들을 공동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지원하려는 ​​국제 소송의 최대 장점은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를 통해 엔진 설계 도면, 사고 이력, 테스트 보고서 등 핵심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스커버리는 원고와 피고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미국의 고유한 재판 절차다. 이를 통해 국내 조사로는 규명하기 어려운 엔진 정지 원인과 보잉의 책임을 보다 명확하게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사고 발생 4분 7초 만에 두 엔진이 모두 정지하고 전력·유압 공급까지 끊긴 점을 항공기 결함의 핵심 근거로 보고 있다. 현재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1년에서 1년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사고 당시 블랙박스의 마지막 4분 기록이 유실되면서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엔진이 모두 정지하면서 항공기의 전력 공급이 끊겼고, 이로 인해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자료기록장치(FDR) 기록이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성우린 대륙아주 해상항공팀 변호사는 “국내에서는 국토부 조사 결과만이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되지만 미국에서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보다 폭넓은 증거를 확보할 수 있어 유족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할 경우 국내에서 제주항공 또는 보잉을 상대로 한 소송보다 손해배상 규모가 최소 5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국제 항공 사고 보상 기준인 몬트리올 협약은 항공사 등의 배상 책임을 일정 한도로 제한하며 항공기 출발지와 도착지가 협약 가입국이면 국내법보다 우선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소송할 경우 유족들이 받을 배상금은 가족당 약 2억 9000만 원으로 제한되며 대부분 항공사 보험을 통해 지급된다.

반면 미국에서는 피해자의 직업과 나이를 반영한 생애 예상 소득에 더해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될 경우 배상액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미국 내 유사 사건에서는 피해자 1인당 최소 100만 달러(약 14억 5900만 원) 이상의 배상 판결이 나왔다. 2023년 뜨거운 맥너깃으로 화상을 입은 어린이가 약 10억 원의 배상을 받는 등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폭넓게 적용된 사례가 많다.

국내에서 유족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기 어려운 현실 또한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 로펌 상당수가 이미 보잉과 자문 계약을 맺고 있어 유족들이 소송을 맡길 변호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변호사들이 성공 보수 조건을 제안할 경우 초기 비용 부담은 줄지만 최종 배상금의 상당 부분을 변호사가 가져갈 우려도 있다.

소송 기간은 약 2년 정도로 예상되지만 중간 합의를 통해 조기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국제분쟁 전문 변호사는 “보잉 입장에서는 장기 소송으로 인한 기업 이미지 손상이 부담스러울 수 있어 조기 합의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유족들은 법적 대응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소송 참여에 관심을 보이는 유족들도 많지만 공식 조사 결과를 본 뒤 결정하겠다는 의견 역시 적지 않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국토부 조사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지 결정할 계획”며 “만일 국제 소송과 관련해 법무부의 지원이 필요하게 되면 도움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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