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코오롱그룹의 바이오그룹 코오롱 티슈진 본사. 보스톤, 샌프란시스코 등과 함께 미국의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 중 하나이자 미 식품의약국(FDA) 본사가 위치한 메릴랜드에 자리 잡은 코오롱티슈진 본사에서는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와 관련된 실험이 한창이었다.
관절염을 치료할 획기적인 약물로 평가되는 TG-C는 미 FDA의 임상 3상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해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는 관절염 환자에 진통 소염제를 투여해 환자의 고통을 일시적으로 제어하다 상태가 악화될 경우 결국 수술을 하는 등 이렇다할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TG-C는 '연골 세포(1액)'와 '형질전환 세포(2액)'을 75%대 25%의 비율로 혼합한 주사제를 투여하면 약 2년간 증세 개선효과와 관절의 구조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입원 절차가 따로 없고 무릎 통증 부위에 주사기로 약물만 투입하면 시술이 완료된다.
티슈진 관계자는 "2006년 미국 내 임상 1상을 시작해 2010년 임상 2상을 거쳐 2015년 임상 3상에 진입, 지난해 7월에는 임상 3상으로 국내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1066명의 환자에 투약을 완료했다"며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고 있어 2027년 1분기 품목허가(BLA)를 신청, 2028년 허가 획득 및 미국 시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임상으로, 티슈진은 장기적으로 고관절, 척추 디스크에도 TG-C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노문종 티슈진 대표이사는 "시판이 된다면 미국에서만 30억달러(약 4조 3600억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출발한 기업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드는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은 통상 연매출 10억달러 이상의 의약품을 말한다. 노 대표는 "가격의 경우 원가, 시장 상황 등을 더 분석해야 겠지만 한번 투약에 1~2만달러(1452만원~2904만원)를 출시가로 생각하고 있다"며 "미국 보험사 등과의 협상을 통해 보험 적용을 받는 것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 적용 시 소비자의 부담은 더 낮아진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입 의약품에도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 대표는 "관세 정책이 티슈진 사업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현재로서는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TG-C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론자 싱가포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고 미국은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어 TG-C는 면세 코드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TG-C가 품목허가를 받을 경우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가 되기 때문에 대체제가 없어 미국도 관세를 부과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의 상대적으로 관대한 신약 허가 성향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1기 행정부 때인 2017~2019년 FDA의 신약 허가 건수는 연평균 55건으로 2008~2016년의 36건보다 늘었다. FDA의 신임 국장인 마틴 마키리도 관료주의를 지양하고 증거에 기반한 신속한 승인 시스템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G-C 개발에는 짙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7년 '인보사'라는 제품명으로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 정식 출시했지만 2019년 2액에 사용된 세포가 기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임을 인지하고 자발적 판매중지 조치를 시행하고 미국 내에서는 임상절차를 보류했다. 이후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소명절차로 2020년 FDA로부터 임상 3상 재개 결정을 받았고 현재 3상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9년 7월 품목허가 취소 이후 형사, 민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티슈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형사재판 1심에서는 전체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재판부는 "인보사의 성분 착오에 대해 미국은 과학적 검토 후 임상을 재개시켰지만 한국은 수년간 법적 분쟁만 계속하고 있다며 "과학적 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노 대표는 "1999년부터 TG-C 개발에 착수해 20년 넘게 투자해 지금의 과학적 성과에 이르게 됐다"며 "품목허가까지 완료해 글로벌 유수 제약업체로 발전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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