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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NFL 스타 머리 “LA올림픽 출전하면 한국팬 위한 세리머니 할 것”

한국인 외할머니 둔 '한국계 3세'

사상 첫 NFL·MLB 모두 1R 지명

카디널스와 3320억원 초대형 계약

생애 첫 방한…기부·강습회로 분주

헬멧에 태극기·SON 유니폼 즐겨

LA올림픽 '플래그 풋볼' 정식종목

한국 대표팀 출전 가능성 열어놔

NFL 한국계 쿼터백 카일러 머리가 13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NFL 한국계 쿼터백 카일러 머리가 13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강 건너편 첫사랑 데이지의 집에서 새어 나오는 아스라한 초록불. 그 불빛은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주인공 개츠비가 힘든 삶의 여정을 버티게 해준 희망이자 꿈이었다.

미국프로풋볼(NFL) ‘슈퍼스타’ 한국계 미국인 카일러 머리(28·애리조나 카디널스)는 그 초록불이 되려고 한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The Green Light. 초록불’이라는 소개글을 달았고 유니폼에 한국어로 ‘초록불’이라는 글도 새겼다. “저한테 초록불은 꿈이자 롤모델이에요. 저 같은 한국계 미국인 유소년들이 저를 보며 ‘제2의 카일러 머리’를 꿈꾼다며 정말 뿌듯할 거예요.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는 것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죠.”

13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머리는 “한국에 와서 행복해요”라며 한국어로 웃으며 인사했다.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머리는 미국 통신회사 버라이즌의 전략담당 부사장을 지낸 그의 어머니 미시와 함께 10일 입국했다. 그는 “생애 첫 한국 방문이다. 어머니의 제안으로 함께 여행을 왔다”면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 1년에 여러 번 오고 싶다. 아예 한국에서 살 수도 있을 것 같을 만큼 행복하다”며 웃었다.

178㎝인 머리는 괴물들이 즐비한 NFL에서 작은 체구인데도 쿼터백으로 이름이 높다. 오클라호마대 재학 시절인 2018년 대학 풋볼 최고 선수에게 주는 하이즈먼 트로피를 받은 그는 이듬해 NFL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그해 신인상까지 품었다. 지난해에는 카디널스와 5년 최대 2억 3050만 달러(약 332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또 그는 2018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9순위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지명된 특별한 이력도 있다. MLB와 NFL에서 모두 1라운드에 뽑힌 선수는 머리가 유일하다.



이번 방한 기간 머리는 자신의 꿈인 ‘초록불’을 조금 더 환하게 밝힐 생각이다. 20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연세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서 희소질환 환아를 위한 기부와 유소년 및 팬들을 위한 미식축구 강습회를 가질 계획이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선한 영향력으로 돌려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그는 “저는 아버지와 삼촌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받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수록 사회와 어린아이들에게 좋은 마음을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카일러 머리. AFP연합뉴스


카일러 머리의 아버지 케빈(왼쪽부터)과 어머니 미시. 카일러 머리 SNS


NFL 경기 때 태극기를 부착한 헬멧을 착용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머리는 최근 손흥민의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서울의 이곳저곳을 누볐다. 머리는 “태극기를 보면 책임감을 느낀다. 내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게 한다”면서 “한국 스포츠 스타의 유니폼을 입는 것은 그들을 존중하고 또 존경한다는 의미다. MLB에서 뛰는 이정후와 2023년 은퇴한 UFC 스타 정찬성도 좋아하는 한국 선수”라고 말했다. 머리는 NFL 첫 시즌 기자회견에 한국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참석하기도 했다.

머리는 2028 LA 올림픽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뛸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LA 올림픽에서는 몸싸움이 적은 보급형 미식축구인 플래그 풋볼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는 “한국을 대표해 출전할 기회가 있다면 가능성은 당연히 열려 있다. 제 당연한 선택지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럼 올림픽에서 한국 팬들을 위한 세리머니가 있을지’ 묻자 그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하던 세리머니가 있기는 한데 만약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서게 된다면 한국 팬들을 위한 세리머니를 다시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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