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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포 골퍼들의 눈에 비친 슬로 플레이

“오래 끈다고 신중한 건 아니죠”

속사포 골퍼들의 구역별 '모범 루틴'

박민지. 사진 제공=KLPGA




늑장 골퍼의 대척점엔 ‘속사포 골퍼’가 있다. 슬로 플레이어의 경기를 보다가 이들의 경기를 보면 속이 시원해진다. 루틴이 간결하고 플레이에 군더더기가 없는 선수가 많으면 팬들도 좋고 투어도 좋다.

국내외 투어를 대표하는 속사포 골퍼들의 이야기와 플레이 분석을 통해 슬로 플레이를 막는 ‘모범 루틴’을 알아봤다.

마다솜. 사진 제공=KLPGA


우리가 슬로 플레이를 하지 않는 이유

통산 19승의 박민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속사포 골퍼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도 빠른 루틴을 지키며 숱한 우승 장면을 만들어냈다.

박민지는 “스스로 루틴이 길어지면 겁이 많아지는 것 같다. 빠른 루틴을 고집했는데 점점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 시즌 3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마다솜도 스피드 골퍼다. 마다솜은 빠른 플레이의 비결로 ‘빠른 준비와 결정’을 꼽았다. 그는 “아무래도 준비와 결정이 빠르니까 루틴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빨라지는 것 같다. 루틴이 느리면 오히려 플레이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 루틴을 빠르게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대표 속사포 골퍼는 ‘스마일맨’ 함정우다. 그가 빠른 루틴을 고집하는 것은 ‘긴장’ 때문이다. 그는 “어디 가서 늦게 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긴장이 돼 그 감정이 느껴지기 전에 되도록 빨리 치려고 하다 보니 빠른 루틴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KPGA 투어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데뷔 15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이대한도 함정우 못지않은 속사포다. 이대한은 샷을 하기 전 매번 미리 계산을 하는 습관을 통해 지금과 같은 빠른 루틴을 만들었다. 그는 “야디지북에 그린 에지까지 거리는 물론 핀까지 거리가 다 나와 있다. 그걸 미리 계산해 놓고 차례가 되면 집중하고 바로 치는 식으로 하다 보니 루틴이 짧아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KPGA 선수권 우승자 전가람의 루틴도 빠르기로 유명하다. 전가람은 “주니어 시절부터 루틴이 빠른 편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대회에 나가서도 캐디와 많은 상의를 하면서 플레이를 했는데 나는 ‘뭐든지 혼자 해봐야 는다’는 주위 어른들의 조언 때문에 혼자 보고 플레이를 했다. 이것 때문에 전체적으로 스피드가 빨라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함정우. 사진 제공=KPGA


번갯불 골퍼들에게 배우는 구역별 루틴

◇티잉 구역

박민지= 첫 홀이나 대기가 많이 발생한 홀에서는 두 번의 연습 스윙을 하고, 나머지 홀은 다 한 번의 연습 스윙 후 볼 뒤로 나와 방향을 본 뒤 바로 샷을 해요.

마다솜= 이미지로 루틴 같은 걸 자주 상상하면서 플레이를 해요. 특히 1번 홀 티잉 구역에서는 예를 들어 ‘티를 오른쪽에 꽂고 어디를 볼 것’이라는 공략 같은 것을 미리미리 생각하고 나서 샷을 합니다.

함정우= 최대한 쓸데없는 행동을 하지 않고 티를 꽂고 빠르게 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거든요. 늦게 친다고 해서 신중하게 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전가람= 첫 번째 홀은 비교적 루틴을 길게 가져가는 편이에요. 긴장이 되는 편이라 그렇게 하는데 그렇다고 40초를 넘기진 않아요. 심호흡을 한두 번 더 하고 연습 스윙 두 번하고 바로 스윙을 해요. 두 번째 홀부터는 15초 정도에 모든 루틴을 마무리하고 샷을 합니다.

◇페어웨이

박민지= 두 번의 연습 스윙 후 방향을 확인하고 곧바로 샷을 해요.

이대한= 다른 선수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먼저 거리 계산을 끝내 놓고 클럽을 바람에 따라서 한두 개 정도 생각해 놓고 있어요. 다른 선수의 플레이가 끝나면 바로 제 샷에 들어가도록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전가람= 라이나 바람에 따라 시간이 조금은 다르지만 연습 스윙을 한 번에서 세 번까지 하고 바로 스윙을 해요. 평균적으로 봤을 때 30초를 넘기진 않는 것 같아요.

전가람. 사진 제공=KPGA


◇그린

박민지= 다른 선수들이 라인을 보고 있을 때 그린을 미리 다녀오거나 다른 준비를 다 하고 제 차례가 왔을 때 바로 칠 수 있게 준비를 하는 편입니다. 첫 번째로 퍼트를 해야 해서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약간 루틴을 다르게 가져가고 발걸음 수를 아끼면서 퍼트라인은 다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러고는 세 번의 빈 스트로크 후에 바로 플레이를 하죠.

마다솜=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이면서 그린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합니다. 그래야 좀 더 수월하고 빠르게 정보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른 구역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린에서 이 점을 더 철저하게 지키고 있어요.

이대한= 특별한 루틴이라기보다는 미리미리 거리 측정과 바람 계산을 해놓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코스가 쉬운 곳이면 큰 문제가 없는데 코스가 어렵거나 상황이 어려워지면 플레이 속도가 더 느려질 때도 있으니 이 점을 꼭 확인하면서 플레이를 합니다.

전가람= 반대편 그린, 대각선에서 퍼트라인을 한 번씩 본 후 볼이 있는 자리에 돌아와서 연습 스트로크 세 번을 한 다음 바로 칩니다.

해외의 속사포들은?

‘오렌지 보이’ 리키 파울러(미국)는 대표적인 속사포다. 그는 어느 구역에서든 어드레스를 서고 샷을 하는 데까지 15~1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이 퍼트라인을 보고 또 보면서 시간을 소비하는 그린에서도 15초 안에 퍼트를 마무리한다. 파울러는 자신의 빠른 샷 루틴에 대해 “어릴 때부터 다음 샷을 너무나 하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어 코스를 뛰어다니면서 생긴 습관”이라고 했다.

맷 피츠패트릭. AP연합뉴스


2022년 US 오픈 챔피언 맷 피츠패트릭(잉글랜드)도 빠른 샷 루틴으로 투어 내에서 손꼽히는 선수다. 그는 동반 선수가 샷 할 때 이미 자신의 프리 샷 루틴을 끝내 놓는다. 그래서 자신의 차례가 오자마자 망설임 없이 샷을 한다. 어드레스 순간부터 샷을 할 때까지 20초를 넘기지 않는다. 또한 그는 야디지북에 거리와 공략 방법 등을 빼곡하게 기록한다. 이 메모들을 잘 활용함으로써 어떤 공략을 할지 고민하느라 경기 속도를 지연시키는 일을 아예 차단한다.

최근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의 샷 루틴도 빠른 편이다. 셋업 후 샷을 날릴 때까지 시간은 15초를 벗어나지 않는다.

세 선수 모두 빠른 샷 루틴을 고집하는 건 슬로 플레이가 투어와 선수, 갤러리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츠패트릭은 앞서 슬로 플레이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꾸준히 밝혀온 선수다. 그는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투어가 우리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주고 있는 것 같다. 4시간 반 안에 라운드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장소에서 5시간이나 5시간 반 동안 이야기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지 않나”라고 했다.

이대한. 사진 제공=KPGA


해외 투어의 강경책, 국내 투어 선수들의 생각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층 더 강경해진 슬로 플레이 규제에 국내 선수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박민지는 “코스의 환경과 투어 상황에 따라 플레이 속도가 다르지만 외국 투어에 비해 국내 투어의 페널티가 약한 건 사실이다. 팬들이 더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다고 느끼게 만들려면 페널티 강화가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다솜도 페널티 강화에 대해 동의한다며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는 주어진 시간 내에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정우는 “한두 번 늦는 것을 가지고 페널티를 주는 것보다는 평균을 내서 평균보다 오래 걸리는 플레이어에게 페널티가 적용돼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대한은 갤러리와 시청자들의 재미와 함께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슬로 플레이에 대한 보다 더 강한 페널티 부과가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도 전체적인 경기 시간이 오래돼 다음 날 잔여 경기를 치르면 더 힘들고 플레이가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전체적인 투어의 흥행과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더 강해진 규칙이 생기고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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