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3월, 화물선 한 척이 중국 남동부 장쑤성 롄윈강항 인근에서 침몰했다. 중국 배와 충돌 후 가라앉은 이 배는 북한의 화물선이었다. 다행히 선원들이 모두 구조됐고, 중국 교통부도 사고 사실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8년 후인 지난달 말, 북한 화물선이 이번에는 중국 남동부의 한 항구 근해에서 중국 선박과 충돌해 침몰해 북한 선원 15~20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은 물론 중국도 사고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모습이다. 8년 전 사고 당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양측 모두 이번 화물선 침몰을 모른 척 하는 이유는 대북 제재와 연관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화물선은 석탄을 밀수출하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서해를 항해하던 중으로 추정된다. AIS는 선박의 위치·속도 등 신호를 송출하는 장치다. AIS를 끄고 항해하면 대북 제재 감시를 피할 수 있으나 다른 선박과 충돌할 위험이 높다. 석탄을 밀수출하는 북한 화물선들은 수시로 AIS를 끄고 주로 중국 남동부 서해 수역을 거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 지점 역시 그 부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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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석탄 수출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2371호 제8항) 위반이다. 이번 사고의 경우 중국 역시 북한의 제재 위반을 묵인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중국이 공식 언급을 않는 이유다. 다만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문제는 중국의 주관 부문에서 파악하라"면서도 사고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우리나라 국가정보원 등도 사고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채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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