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돌풍을 동반한 눈이 쏟아지며 대설특보가 내려진 18일, 뜬금없는 강추위의 원인으로 북극발 찬 공기가 지목됐다. 지구온난화로 북극과 해수면이 따뜻해지면서 찬 공기가 한반도까지 밀려 내려왔다는 분석이다. 기상학자들은 이처럼 돌발적이고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앞으로 점점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대설특보는 서울의 경우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늦은 시기에 발령됐다. 시간당 1~3㎝의 강한 눈이 내리거나 천둥·번개가 치고 돌풍이 분다든지 싸락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었다.
기상청은 폭설의 원인으로 서해상에서 발달한 ‘극저기압’을 지목했다. 극저기압은 극지방의 찬 공기가 비교적 따뜻한 바다 위로 유입될 때 발생한다. 기상청은 “우랄산맥 쪽 기압능(상대적 고기압)의 영향으로 영하 40도 안팎의 북극 공기 덩어리가 수온이 10도 안팎인 서해 위로 불어들면서 극저기압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에 의한 강력한 눈구름대가 만들어지며 3월 중순에 눈 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유라시아 대륙 기온이 상승해 공기가 팽창한 결과 반대급부로 북극 찬 공기가 우리나라에 더욱 강하게 밀려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습 강설’의 배경에 기후변화가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잇달아 발생한 이례적인 한파 및 폭설의 원인을 살펴보면 북극 온난화의 여파로 한파를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며 찬 공기가 남쪽으로 쏟아지는 길이 뚫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해수면 온도도 상승한 탓에 북극한파가 바다를 건너오는 동안 큰 해기차로 막강한 눈구름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북극한파가 과거보다 훨씬 남쪽까지 내려오고 있다”면서 “지난해 11월 발생한 이례적인 폭설도 이번 눈 폭풍과 비슷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3월 대설특보가 너무 늦었다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8월 폭설’ 같은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우리나라 북쪽에서 불어든 찬 공기가 서해를 지나며 눈구름을 생성한 결과 전국 곳곳에 10㎝ 이상의 눈이 쌓인 바 있다. 당시 기상청은 평년보다 약 2도 높은 해수면 온도가 폭설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올해 입춘에 나타난 뒷북 한파 역시 북극 해빙 면적 감소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 초 북극과 중위도 간의 기온 차이가 줄어든 결과 ‘우랄 블로킹’이 발달했고 우리나라로 찬 북풍이 지속 유입되며 2월 3일부터 약 일주일 이상 한파가 지속됐다는 것이 기상청의 진단이다.
3월 날씨가 평년보다 따뜻했던 탓에 꽃샘추위의 충격이 더욱 크게 느껴진 측면도 있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지난주까지 한낮 최고기온이 3월 평년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면서 “이런 와중에 꽃샘추위가 나타나면 기온이 널뛰는 현상이 강화했다고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전날 밤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이날 눈 폭풍이 몰아치며 오전 11시 기준 총 69개 항로에서 여객선 90척의 운항이 멈췄고 김포공항 1편, 제주공항 3편 등 8편의 항공편이 결항했다. 전국 곳곳의 도로와 국립공원 탐방로 등도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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