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바꿔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 카드를 빼든 19일 더불어민주당 내부는 시종일관 긴장과 위기감이 팽배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고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중 최장기간 심리를 이어가자 변고가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카드는 이 같은 당 내부와 지지층의 불안감을 다잡고 헌재 압박을 위한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컸다는 분석이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 판을 흔들어야 헌재 선고도 빨라지고 윤 대통령 탄핵 소추도 인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가 발언을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최 권한대행은) 직무 유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기를 바란다”며 탄핵을 공식화했다. 회의에 참석한 지도부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 권한대행의 위치를 묻고 정부서울청사 방향으로 눈길을 돌려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고 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게 지도부의 설명이다. 현 정부 들어 30번째 탄핵인 데다 탄핵소추안마다 줄기각이 나오면서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압박은 그동안 원내 지도부의 몫이었다.
이날 이 대표의 몸조심 발언에 대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를 너무 천박하게 만들고 있다”며 “지금까지 29차례 탄핵에 나섰는데 30번을 채우면 국민이 분명히 심판할 것”이라며 이 대표를 정조준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 ‘몸조심’은 “깡패들이 쓰는 말”이라고 비판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부산 떨지 말고 그만 감옥에 가라”고 쏘아붙였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도 “조폭식 협박”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처럼 여당의 반발이 뻔한데도 이 대표가 직접 최 권한대행을 겨냥한 것은 민주당 내부의 긴장감을 대변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긴장감은 두 기류가 중첩되며 증폭되는 양상이다. 우선 헌재 재판관들의 의견이 기각이나 각하 등의 예상치 못한 의견들로 갈린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또 다른 기류는 26일로 예정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선고와 함께 3심 선고까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수도권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 항소심보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늦게 나온다면 대통령 선거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당 의원은 “선고가 늦어지면서 대선 준비 등은 올스톱된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 권한대행 탄핵에 실익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 권한대행 대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을 이어가더라도 마 후보자를 임명한다는 보장이 없다. 설령 마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결국 20일 본회의에 앞서 탄핵안을 발의하고서 본회의 처리 여부는 헌재의 상황 등을 보고 처리 시점을 조율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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