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가 건조해지는 봄은 황사와 미세먼지, 꽃가루가 날려 눈 건강을 위협하는 시기다. 봄이 되면 유독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가려움에 눈을 비비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만 일으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눈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구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예방과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19일 질병관리청과 서울시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3월은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달로 ‘나쁨’ 일수가 가장 많은 달로 꼽힌다. 최근 3년간 고농도 미세먼지 기준인 50㎍/㎥를 초과하는 날 중 80%는 12~3월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들의 신학기가 시작되고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계절성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대표적인 봄철 안질환이다. 공기 중 꽃가루나 황사, 먼지, 동물의 비듬 등이 눈의 결막을 자극해 생긴다. 특히 황사는 각종 중금속 성분까지 섞여 있어 증상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환자들은 눈이 충혈되고, 눈과 눈꺼풀 주변의 가려움증, 작열감, 눈부심, 눈물 흘림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총 199만 252명으로 집계됐다. 월별 환자 발생 추이를 보면 1월 14만 7836명에서 3월 21만 9207명으로 증가했으며, 4월에는 35만 3535명이 진료를 받아 한 해 중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원인이 되는 항원을 찾아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꽃가루나 먼지를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대한 원인 인자를 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각막 궤양, 각막 혼탁이 일어나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꽃가루나 황사,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는 선글라스와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귀가 후에는 얼굴과 손발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인공눈물을 이용해 눈을 촉촉하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은철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의사에게 처방을 받아 항히스타민 제재나 비만세포 안정제, 호산구 억제제를 점안해야 한다”며 “증상이 심한 경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야 하는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봄철 각결막염도 요즘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보통 10세 이전에 발병하는 질환으로 아토피나 천식, 습진 등의 알레르기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 중 약 3분의 2는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가려움증과 이물감이 느껴지며 결막이 충혈되고 끈적끈적한 점액성 분비물이 나오는 증상을 보인다. 또 윗눈꺼풀 안쪽에 자갈을 깔아놓은 듯한 모양으로 조직이 솟아오른 거대유두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심하면 각막에 타원형의 방패형 궤양이 생겨 시력에 치명적인 결과를 주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초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유행성 각결막염도 조심해야 할 질환이다. 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 봄철 각결막염과 달리 감기처럼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눈의 표면인 각결막이 아데노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발생한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대개 여름에 많이 생기지만 봄철 황사 및 미세먼지에 동반된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기도 한다. 한 번 걸리면 완치까지 2~3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시력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증상은 눈물이 증가하고 이물감이 느껴지며 충혈, 눈부심, 시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 초기엔 알레르기성 눈병과 비슷해 오인하기 쉽다. 증상이 심하면 귀밑 임파선이 부어 귀 통증도 나타날 수 있다. 발병 후 1~2주 동안에는 전염성이 있어 항상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고 환자는 수건 등의 생활용품을 따로 사용해야 전염을 막을 수 있다.
안구건조증 역시 봄철 빠질 수 없는 불청객이다. 안구건조증은 주로 춥고 건조한 겨울에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봄철 황사와 꽃가루로 안구건조증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소프트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건조함을 더 심하게 느낄 수 있다.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으면서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한 뒤 바로 세안을 하는 것이 권장된다. 인공눈물은 눈 표면을 차갑게 만들어 증상을 완화시켜줄 뿐 아니라 눈 표면에 붙어있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씻어주는 역할도 한다. 실내에서는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유지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로 눈병이 생기기 쉬운 위험요소가 많아 외출 후에는 세안과 손 위생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라며 “증상 발현 시에는 꼭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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