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다 진료로 사회적 문제가 되는 비급여 항목 관리를 위해 신설하는 ‘관리급여’ 적용 대상을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아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도수 치료, 체외 충격파 치료, 영양주사 등이 관리급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파급효과를 고려해 보다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2차 포괄병원과 전문병원에 앞으로 3년간 2조 3000억 원을 지원해 필수의료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 개혁 2차 실행 방안’을 의결했다. 이날 의결한 의료개혁 과제는 지역 2차 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강화, 비급여·실손보험 개선,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등 세 가지다.
우선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을 위해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해 관리급여를 신설한다. 가격과 진료 기준을 일괄 설정하고 본인 부담금은 진료비의 95% 수준으로 확정했다. 조우경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은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 차이가 최대 20배에 이르는 반면 관리급여는 수가가 정해졌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적을 것”이라며 “선정 약 5년 후 재평가를 통해 지속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리급여에 포함될 비급여 항목은 공개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 산하 전문평가위원회에서 논의한 후 건정심에서 공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세부적 대상 항목, 가격 등을 의료계 참여 없이는 결정할 수 없어 이행 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지역의 포괄 2차 병원과 화상·수지접합·분만 등에 특화한 전문병원에 3년간 총 2조 3000억 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포괄 2차 병원의 경우 지역 의료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응급 등 필수의료 기능을 수행할 역량도 있는 종합병원을 거점화하는 방향으로 지원한다.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이하 환자가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지 않고 지역 종합병원과 병원 등 2차병원에서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게 역량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에 포괄 2차 종합병원은 중등도나 입원 중심의 2차병원에 적합한 질환에 진료 역량을 집중하고 비급여 진료를 줄여야 한다. 또 지역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24시간 진료 등 필수기능을 제고하고, 지역 내 병·의원에서 의뢰한 환자와 상급종합병원에서 회송된 환자의 비중을 높이는 등 진료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그 대신 중환자실 입원료 수가를 50% 더 얹어주고 응급의료 행위와 24시간 진료 보상 또한 강화한다. 화상·수지접합·소아·분만 등 전문병원에 대해서도 연간 약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의료 행위에 합당한 보상을 한다.
의료사고안전망과 관련해서는 의료사고 시 가족들과 조정 성립, 합의가 되면 의료진에 대한 처벌을 면제하는 반의사 불벌 범위를 경상해에서 중상해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로 결정할 방침”이라며 기존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섰다.
환자단쳬 “의료진 형사면책 동의 못해” 시민단체 “尹정부 개혁 중단”
환자단체들은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중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방안에 대해 “위헌적, 반인권적”이라며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정부 발표대로라면 거의 모든 의료사고는 단순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 될 뿐 아니라 필수의료에 해당한다 해도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거쳐 불기소 처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에서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추진 계획에 환자단체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그동안 정부의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방안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형사체계 개선 방안’의 내용과 방향성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혀 왔다”며 “그럼에도 업무상과실이 있는 경우에도 형법 체계에 맞지 않게 업무상과실을 다시 중과실과 단순과실로 분류하고, 단순과실의 경우 불기소처분 특혜를 주는 위헌적 내용을 포함했다”고 비판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는 상황에 불기소처분을 주는 것은 의사 이외 국내 다른 직종 종사자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특권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4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도 성명을 냈다. 본부는 개혁안에 대해 “지역·필수의료 붕괴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인 공공의료 확충, 공공의사 양성과 배치 국가 책임과 같은 내용이 없다”며 “의료 민영화, 영리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파면을 앞둔 지금 대통령 직속 기구가 적극 활동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정책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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