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는 항공기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전투기는 영어로는 ‘Fighter’라고 표현되는 것처럼 의미는 항공전에서 전투를 벌이는 항공기다. 과거 항공전 전투의 개념은 폭격이나 전략 지원 작전과 달리 적 항공기를 상대로 근접기동을 통해 기총과 기관포를 이용한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항공전은 중장거리 공대공 유도탄과 원거리 교전 개념이 등장하면서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이런 전투기에도 세대가 존재한다. 2차 대전 말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제트 전투기의 발전 과정을 분류하는 한 방식이다.
1세대(1944-1955)는 한국전쟁을 포함한 1950년대 중반까지 활약했다. 대부분은 레이더가 없고, 아음속의 속도에 자유낙하 폭탄을 떨어뜨렸다. 탄띠로 이어진 기관총을 주로 활용했다. 소련의 미그-15, 17과 미국의 F-86 세이버가 이 영역에 속한다. 실제 한국전쟁에선 기관총과 폭탄으로 무장한 미국의 F-86, 구소련의 Mig-15가 공중전을 펼쳤다.
2세대(1956-1965) 전투기는 초음속 비행 및 레이더, 공대공 미사일 운용 능력이 특징이다. 초음속 시대에 접어들어 높은 상승고도, 상승속도 등 항공역학 분야와 엔진 성능 개선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이 이뤄졌다. 레이더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미라지 계열 전투기와 F-100·F-104·Mig-19 등이 등장했다. 미국의 F-104, F-105, F-106, 프랑스의 미라지3, 스웨덴의 사브드라켄, 소련의 미그-19, 미그-21이 해당된다.
3세대(1965-1975)는 전투기에 항공 전자공학이 도입됐다. 이제부터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컴퓨터 기술에 따라 전투기의 첨단 능력이 좌우됐다. 전투기의 전투 성격도 항공전에서 전자전으로 전환됐다. 베트남전의 발발로 장거리 비행을 위한 공중 급유 기능까지 갖춘 전투기도 등장했다. 미라지 F-1, Mig-21·23·25, Su-15·16, F-5 같은 당대 최고 성능의 전투기가 이 때 출시됐다.
4세대(1970~1994)는 컴퓨터가 본격 도입되면서 시스템 통합으로 항공전자 기술은 더욱 정교해졌다. 이 당시의 전투기로는 미국의 F-14, F-15, F-16, F-18 전투기와, 러시아의 미그-29, 미그-31, 수호이-27 전투기, 영국의 토네이도, 프랑스의 미라지 2000, 스웨덴의 사브비겐을 들 수 있다. F-16은 전 세계에 5000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전투기다.
6세대 전투기 기술 핵심 ‘유무인 복합운영’
4세대 전투기보다 더 멀리 보고, 여러 표적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능동형전자주사(AESA) 레이더가 장착된 전투기를 4.5세대로 구분한다. 제1·2차 F-X사업으로 도입된 F-15K, 성능이 개량된 F-18E/F 등과 프랑스 라팔, 유럽의 유러파이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는 최대 속도 2200㎞/h로, 항속거리 2900㎞, 7.7톤의 무장이 가능한 4.5세대 전투기다.
5세대(1995~2025)는 레이더 탐지를 피하는 스텔스 형상을 갖추면서 고기동이 가능한 전투기다. 원래 전자파를 난반사 시키고자 비행 형체를 변화시키면 비행에 지장을 받는다. 그러나 전투기 설계가 발전되면서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할 수 있게 됐다.
이 시기에 F-117 전폭기나 B-2 폭격기와 같은 보이지 않는 스텔스(Stealth) 기능과 예술적 경지의 항공전자(State of the Art Avionics) 시스템이 결합된 전투기가 등장했다. 이어 최강의 스텔스 및 전자전 기능을 갖춘 F-22가 탄생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의 F-35, 러시아의 PAK T-50, 중국의 J-20 등도 5세대 전투기에 해당된다.
6세대 전투기도 있다. 다만 개발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쉽게도 아직 상업용 생산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현재 미국 공군·해군 개발사업과 영국-이탈리아-일본 컨소시엄, 프랑스-독일 컨소시엄 등 크게 3개 영역에서 개발작업이 진행 중이다
방위사업청과 영남대 공동연구팀이 한국항공경영학회지에 제출한 ‘전투기 세대구분 정교화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6세대 전투기는 기본적으로 저주파수 레이더를 활용한 스텔스 탐지능력을 회피하는 ‘광대역 스텔스’ 기능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꼬리날개가 없는 ‘무미익’ 형상, 즉 ‘가오리’의 형태를 띄게 될 수 밖에 없다. 각종 신형 드론과 미국의 차세대 폭격기 ‘B-21’ 레이더 형상을 보면 기술 진전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또 기존 초음속기의 대표 엔진인 ‘터보팬 엔진’ 대신 ‘적응형 사이클 엔진’을 적용한다. 전투 중에 공기 흡입량을 늘려 고출력을 내다가도 순항 시기엔 공기량을 자동으로 줄이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연료소모량을 줄여 체공시간을 크게 늘리고 순항시 엔진열 피탐 위험을 대폭 낮추게 된다. 특히 6세대 전투기 기술 핵심인 ‘유무인 복합운영’(MUM-T)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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