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21일)까지 복학 신청을 하지 않은 학생들을 일괄 제적 처리한다고 칩시다. 1만 명 넘는 의대생들이 한 번에 제적 처리될수도 있는데, 그에 대한 정부 대책이 있긴 하답니까. "
안석균 연세대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공의를 목표로 하던 술수가 학생을 향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를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계속 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마저 짓밟는 부당한 명령을 그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는 얘기다.
정부와 대학이 "미복귀 학생은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분하겠다"고 거듭 경고한 가운데 의대생의 복귀 '데드라인'이 코앞에 닥치면서 의료계와 교육계 안팎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연세대는 고려대, 경북대와 함께 21일을 의대생들의 등록 시한으로 잡았다. 학칙에 따라 21일까지 복학 신청을, 28일까지 등록을 마치지 않으면 자동 제적 처리된다. 연세대의 행보에 전국 의대생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의대 교수 비대위가 "학생들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키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낸 것이다.
안 교수는 교육부가 18일 전국 40개 대학 총장에게 발송한 ‘의과대학의 대규모 집단적인 휴학 불가 알림’ 공문을 문제 삼았다. 집단 휴학의 정의도 내리지 못한 채 교육부 권한 밖의 근거를 내세워 각 대학에 휴학을 승인하지 않도록 강요했다는 이유다. 그는 "모든 학생들은 대학의 학칙에 따라 휴학계를 제출할 수 있다. 각자의 상황과 가치관에 근거해 정해진 행정 절차에 맞춰 휴학 신청을 했다면 존중받아 마땅하지 않느냐"며 "스스로 내린 판단을 왜 강요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느냐"고 되물었다. 정부와 학생의 싸움을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의 싸움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여겨질 뿐, 근거도 없고 정당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부와 각 대학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총장들이 이런 요구를 무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많은 학생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무시당하고 제적이라는 상상해 본 적 없을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과의 관계가 소원해 지는 것을 각오하고 대학 당국과 의대 교수들이 학생들과의 대화를 시도하던 와중에 교육부가 협박에 가까운 공문을 발송하면서 의학교육의 숨통을 끊어놓았다는 지적이다. 연세대를 포함해 대다수 대학에는 제적 시 1년 뒤에 재입학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단, 정원의 결원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2026년도 최소 3000여 명이 입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3000여 명은 영영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연세대의대는 오늘 밤 학장 주최로 전체 교수 회의를 연다. 대학이 정한 복귀시한을 하루 앞둔 민감한 시기인 만큼 미복귀 의대생들의 휴학 및 제적 문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안 교수는 "학생들이 복학 신청을 하지 않아 대규모 유급 또는 제적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아직 외부에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학생들에게 부당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애시당초 의료 사태와 의대교육 사태를 벌인 건 정부 아닌가. 정부는 전공의와 학생에게 용기있고 과감한 선제적 조치를 취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화에 나서 직접 전공의와 학생을 복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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