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논 것도 걱정인데 저렇게 놔둬도 되나요? 아이 의사에 맡기고는 있지만 너무 불안해요.” (의대생 학부모 A 씨)
연세대·고려대 등 일부 의대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최종 등록 기한이 임박하면서 정부와 대학의 강경 대응을 두고 의대생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처럼 투쟁을 벌이다가는 자녀가 제적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왜 의사 단체들이 아닌 학생들이 총대를 메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각 의대들은 학생 면담과 학부모 간담회를 병행하며 학생들의 복귀를 호소하고 있다. 최종 등록 시한을 21일로 제시한 연세대·고려대·경북대를 시작으로 전국 40개 의대 등록 기한이 줄줄이 다가오면서 미등록 휴학 시 제적·유급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학부모 A 씨는 “제적이 진짜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복귀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라며 “아이 인생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도 학부모 간담회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지난해 의대 집단 휴학은 학부모들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학장단은 전날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27일까지 복귀하는 학생들은 교육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의예과와 의학과의 교육과정을 준비했다”며 “24학번과 25학번 학생들의 요청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분리 교육과 분리 졸업 방안을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의 기류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예과 학생이라도 뭉치면 안 되겠느냐”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지방 국립대 의대생 학부모 B 씨는 “휴학으로 학사 일정이 1년 넘게 미뤄진 것도 안타까운데 학생들 인생을 두고 다들 뭐 하는 건가 싶어 분노가 치밀어오른다”면서 “다른 학부모들도 이제는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협상할 단계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의정 갈등의 최전선에서 의대생이 고스란히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커진다. 특히 3개 학년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24·25학번 학부모의 걱정이 크다. 수도권 의대생 학부모 C 씨는 “지난해 아이가 학교를 다니다가 주위 눈총에 힘들어 해 휴학을 시켰다”면서도 “죄 없는 학생들만 피해를 보는 것 같다. 의대 간다고 고등학생 때부터 힘들게 공부했는데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다만 의대 휴학 필요성에 동조하는 학부모들의 의견도 여전히 있다. 한 학부모는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 스스로 결정한 일인데 협박에 굴복해서 등 떠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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