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정적 제거에 본격 나서면서 종신 집권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22년째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차기 대권 도전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지던 정적을 전격 구금하자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확산하고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 시간) 이스탄불·앙카라 등 튀르키예 대도시 곳곳에서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체포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들은 “우리는 두렵지 않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복종하지 않을 것”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은 냄비나 프라이팬을 두들기며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앞서 19일 이마모을루 시장을 비롯해 튀르키예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 소속 시장과 국회의원 7명이 체포됐다. 검찰은 이들이 튀르키예 정부가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을 지원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당초 이마모을루 시장은 23일로 예정된 공화인민당의 당내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미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 연장을 시도하기 위해 헌법 개정 등에 나서고 2028년으로 예정된 차기 대선도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이마모을루 시장의 전격 구금을 두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 제거를 위한 표적 수사라는 의혹이 커지는 배경이다.
외신들은 이번 시위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는 “이마모을루 구금으로 촉발된 시위는 당국의 시위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주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튀르키예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전일 이마모을루 구금 소식과 함께 튀르키예 리라화는 달러당 41리라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점을 넘어섰지만 이날 38리라 수준으로 내려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당국은 리라화 지원을 위해 최대 90억 달러를 지출했다”며 “이번 사태로 많은 비용을 치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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