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등 자신의 정치적 적대 인사에 대한 정부 기밀 접근권을 대거 박탈하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의 기밀 취급인가 및 접근권을 취소하는 지시를 내렸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바이든 전 대통령의 기밀 취급인가를 박탈하고 기밀 브리핑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지시에도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이름이 포함됐다.
예우 차원에서 미국의 전직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자신의 임기와 관련된 기밀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갖는다. 기밀에 대한 정보 브리핑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복수의 성격을 띤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도 역시 2021년 취임 직후 전임자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밀 브리핑을 중단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사기 혐의로 기소한 뉴욕주 검찰총장 러티샤 제임스와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지검 검사장도 기밀 접근이 박탈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탄핵 소추를 당했을 당시 불리한 증언을 했던 피오나 힐 전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국장과 알렉산더 빈드먼 전 중령, 변호사 노먼 아이젠의 이름도 명단에 담겼다. 공화당 의원이던 리즈 체니와 애덤 킨징거도 포함됐다. 이들은 2021년 1월 6일에 벌어진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 사건을 조사한 하원 조사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다. 지난달 기밀 브리핑 권한이 박탈된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이름도 이번 지시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또한 모든 행정부 부서와 기관장에게 이들 개인이 안전한 미국 정부 시설에 단독으로 접근하는 것을 취소하도록 지시한다"며 이 조치는 대통령의 일일 브리핑과 같은 기밀 브리핑의 수신 등을 포괄한다고 밝혔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수 투어'가 계속된다"며 "(기밀 접근이 박탈된) 이름 목록을 합치면 적의 목록처럼 읽힌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밀접근권 뿐만 아니라 자신과 각을 세운 인사들에 대한 비밀경호국(SS)의 경호도 취소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집권 1기 참모들에 대한 경호가 철회됐다. 이란의 암살 위협을 받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등이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딸과 아들인 애슐리와 헌터에 대한 경호도 박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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