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역사학자이자 '사피엔스'의 저자인 작가 유발 하라리와 만나 “AI산업을 국가 자본으로 투자해 그 지분을 확보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물었다. 그러면서 "국가 공동체가 산업 발전에 지원했는데 (이제) 공공분야에 투자해서 수익과 이익을 상당 부분 나눌 필요 있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른바 ‘K엔비디아 지분 공유론’을 다시 띄운 것이다.
이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이재명 N 하라리 대담 : AI(인공지능) 시대를 말한다' 대담에서 하라리에게 이같이 말했다. 지난 대선을 앞둔 2021년에도 두 사람은 비대면 대담을 나눈 바 있다. 하라리 교수는 AI의 위험성을 경고한 책 ‘넥서스’를 최근 출간해 홍보차 방한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기술 개발 능력이 있는 거대기업이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제지할 수도 없고 세금을 매기는 것은 저항이 심하다”며 “하나의 방법으로 AI산업을 공공부문에서 투자해서 수익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제가 이 이야기 했다가 공산주의자라고 비난을 많이 받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하라리는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릴 수 없다”면서도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아동 노동 문제를 예로 들었다. 그는 “큰 기업이나 재벌은 ‘우리 방식대로 할 것’이라며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혁명 당시 기업들은 아동 노동력을 착취했다. 아마 대표님께서도 경험해 보셨을 것”이라며 “아동 노동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좋지 않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교육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좋으며,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윤리적이고 경제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사실은 경제적으로도 국가 측면에서 보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서 교육을 받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라리는 "결국 정부가 투자를 결국 많이 해야 한다"며 "학교도 지어야 하고 교육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이게 결국 경제적으로 매우 좋은 투자"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본다"며 "원칙적으로 봤을 때 정부가 반드시 개입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하라리는 ‘정부의 개입’의 예로 부의 재분배가 아닌 복지 향상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일자리 시장은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며 “분명한 것은 굉장히 불안정할 것이고 굉장히 유동적일 것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AI가 점점 똑똑해지며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계속 재활하고 스스로를 만들고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게 하라리의 생각이다. 하라리는 “두가지 큰 질문이 있다. 그 돈을 누가 댈 것인가? 사람들이 재교육, 재훈련을 받는 동안 누가 부양할 것인가다”라며 “이런 금전적 지원 뿐 아니라 심리적 지원도 중요하다. 평생, 계속 변해야 한다는 것은 굉장한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정신보건 영역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라리 교수는 신뢰 역시 강조했다. 그는 “신뢰가 단 하나의 열쇳말”이라며 “AI를 우리(인류)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해 더 많은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중요한 세계 지도자들이 정반대로 하고 있다. 국가 간의 신뢰를 파괴하고, 국제 법과 협약에 대한 국가 간의 신뢰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AI의 부정적인 측면을 다시 짚었다. 그는 “알고리즘이 사람을 한쪽으로 몰아서 한쪽 사고만 하게 하는 게 문제”라며 “(이런 문제가) 윤리적으로 또는 규범적으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기술 개발에는 유인이 여러 가지 있는데 가장 강력한 동기는 돈벌이고 그다음이 군사적 동기”라며 “윤리적 규제를 아무리 만들어내도 군사적 요인에 의한 개발 욕구는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원자력 이용도 사실은 누구를 어떻게 대량으로 파괴해 볼까 여기서 출발한 거잖나. (AI도) 현실화되고 인간 사회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때, 그때는 또 우리가 충분히 합의한 조건으로 통제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또 "(인공지능 분야에서) 민간 전문성을 더 존중한다는 생각을 관료들이 정부 차원에서 해야만 더 나은 세상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사법부와 행정부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가 필수인데 지금은 (사법부와 행정부가) 전문성을 갖기 어려울 듯 하다"는 한 시민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정부 영역은 매우 뛰어난 영역으로 우리 사회를 선도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민간 영역의 전문성이 정부 관료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료가) 규제나 산업 현장에 대한 통제 욕구가 있다. 권력이 있으면 행사하고 싶다"며 "그것을 절제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것을 스스로 절제해야 하고 민간 전문성을 더 존중한다는 생각을 관료들이 정부차원에서 해야만 더 나은 세상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