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6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진행된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한국군 전투기가 공대지 폭탄 MK-82 8발을 사격장이 아닌 민가에 잘못 투하하는 오폭 사고가 발생했다. 있어선 안되 사고로 조종사의 과실이 가장 컸다. 폭격 좌표의 위도 중 05를 00으로 잘못 기입했기 때문이다.
주목해 볼 점은 1번기 조종사는 비행경로와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으나 비행정보를 믿고 임무를 강행했다. 이처럼 전투기의 실무장 사격에서 중앙방공통제소(MCRC·Master Control and Report Center)에 부여된 임무는 대기지점까지의 유도와 공역 통제, 주변항적 분리, 비행금지·제한구역 침범 방지 등을 수행하는 것인데, 공군은 정상적으로 수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오폭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임무 항공기가 대기지점을 출발한 이후부터는 MCRC가 아닌 사격장 내 최종공격통제관(JTAC)의 통제를 받게 된다며 책임 회피성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JTAC의 폭탄 투하 승인은 절차대로 이뤄졌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JTAC은 표적 또는 항공기를 육안으로 확인한 상태에서 조종사가 표적 육안 확인을 통보하면 사격을 승인한다며 “이번 사고의 경우 조종사가 표적 육안 확인을 통보했으므로 JTAC은 절차대로 이를 승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를 낸 전투기가 잘못된 표적으로 이동하면서 비행경로를 벗어난 상황에서 항공관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군에서 최전방 부대는 으레 비무장지대(DMZ)의 육군 GOP 소초를 떠올리지만, ‘최전방=육군’이라는 인식은 육군식 작전 체계로, 해군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최근접 해역의 해군 고속정 부대가 최전방 부대가 되고 공군은 MCRC를 최전방 부대로 꼽는다.
적 항공기의 영공 침입은 비행속도를 감안하면 불과 2~3분 내에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이 짧은 순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영공이 뚫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 영공을 담당하는 최전방 부대로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고도의 집중력·신속 정확한 판단력 필요
공군 최전방 부대 MCRC는 뭐하는 곳일까.
24시간 근무 체제로 MCRC는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모든 항공기를 감시·통제한다. 북한과 러시아 등 적 전투기 움직임을 이륙과 동시에 24시간 감시하고 아군 전투기의 발진 및 임무 비행을 유도하는 ‘총성 없는 최전방 전쟁터’로 불린다. 이를 위해 피아식별장치를 활용해 적·아군기와 민항기를 구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국내에는 두 곳이 있다. 제 1MCRC는 오산 미 7공군기지 내, 제 2MCRC는 대구에 있다. 각각 ‘워치맨’, ‘아카시아’라는 콜사인을 사용하면서 입체적인 감시 체계를 구성 중이다. 이들은 공군방공관제사령부가 통제하며, 공군 비전 2030에 따라 항공관제 및 통제능력과 우주감시능력을 확보한 후 다시 ‘항공우주통제사령부’로 개편될 예정이다.
공군의 최전방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MCRC 업무는 24시간 긴장의 연속이다. 공중감시수가 레이더 탐지 정보를 토대로 비행물체의 항적을 추적하면 식별수는 아군기 여부를 판단한다. 또 북한의 전투기는 물론 주변국 군용기의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여부를 감시하는 것은 물론 미식별기로 판단되면 항공통제사가 아군 전투기를 해당 공역으로 출동시킨다.
이때 아군기 조종사에게 최상의 접근 고도, 속도, 방위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몇 분에 불과하다. MCRC는 아군 전투기는 물론 군 지휘벙커, 합참 및 각군 본부, 주한미군, 해군전술자료처리체계(KNTDS), 방공포통제소, 공중조기경보통제기(E-737) 등과 연결돼 획득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도 한다.
MCRC는 고도의 집중력과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곳이다. 예를 들어 북한 전투기들은 고속으로 남하해 눈깜짝할 새 서울 등 수도권을 공격할 수 있는 탓에 MCRC 근무 요원들은 1분, 1초도 레이더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적기 식별과 아군 전투기 유도가 신속 정확하지 않으면 우리 국민이 입게 될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MCRC에서는 한 순간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이유다.
화면은 1급 비밀·초 단위 임무 수행 중
MCRC 내에 수백 대의 공중감시 콘솔 장비가 늘어서 있었고, 콘솔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있는 수많은 임무요원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면에는 식별기호가 붙은 수백 개의 점이 끊임없이 점멸하고 있어 이를 통해 감시·통제관리하다. 이 점들은 현재 한반도 영공을 비행하고 있는 아군기, 적성기, 민항기 등을 나타내는데, 한반도 전역의 공중상황이 한눈에 볼 수 있는 화면은 1급 비밀에 해당된다.
임무요원은 크게 감시수, 식별수, 방공무기통제사·통제기사로 나뉜다. 감시수가 미상의 항적을 포착하면, 식별수가 항적의 종류를 식별해 아군기, 적성기, 민항기 등 식별기호를 붙이는 임무를 맡는다. 식별된 적기의 모든 움직임은 철저히 감시되며, 우리 영공을 침범한 순간 방공무기통제사가 즉각 요격 관제에 나선다.
이런 임무 특성 때문에 MCRC에 근무하는 장병들에게는 임무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 들르는 것이 필수다. 실제로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근무 투입 전 5~6시간 동안 물을 마시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임무 수행은 항공기의 비행속도를 감안하면 초 단위다. 항적 포착, 식별, 교전 통제 등 모든 과정이 단 몇 초 안에 이뤄지기에 그렇다. 눈을 잠시만 돌리면 항적을 놓치면 이 짧은 순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영공이 뚫릴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군 소식통은 “항적포착은 보통 12초 안에 이뤄지는 것이 원칙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빠르다”고 전했다.
MCRC는 ‘쉼표’가 없다는 얘기가 있다. ‘모닝·애프터·스윙·미드’ 총 4개의 근무시간으로 24시간 운영되고, 요원들은 6시간 근무하고 12시간 휴식하는 일명 4교대 크루(Crew) 근무를 선다. 모닝 근무를 선 사람은 애프터·스윙 시간에 휴식한 뒤 미드 근무에 다시 투입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급증하면서 근무 요원들은 더욱 팽팽한 긴장감과 피로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미사일은 단 몇 분이면 우리 영공으로 넘어올 수 있기에 인위적으로 시행하는 훈련을 제외하고 화면에서 나타나는 모든 상황은 ‘실제 상황’이기 한 순간도 긴장을 높을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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