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의 피해 규모가 지금껏 우리나라 산불 중 최대가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불이 더 잘 붙는 소나무 지대에 집중돼서다. 더 큰 우려는 산불 피해 지역에 대피 정보가 늦고 이동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고령층이 많다는 점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오늘 아침까지 (산불) 상황은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 처음 맞이하는 대형 산불”이라며 “2020년과 2022년 산불을 능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산불 피해는 2000년 4월 동해안과 2022년 3월 강릉-동해 산불 피해가 가장 컸다. 이번 산불이 이 피해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미 이날 오전 기준으로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18명으로 늘어났다.
경북 안동에서 산불 피해를 확인 중인 서 위원은 “어제 오후부터 안동 모든 일대 사람은 10분마다 긴급 재난 문자를 받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연기와 겉잡을 수 없는 화염이 몇시간만에 동해안 읍내로 날아갔다, 이런 건 경험해보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이렇게 불이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강한 바람과 소나무가 일차적으로 산불 피해를 키운 원인이란 지적이다. 서 위원은 “걱정은 이 지역이 대한민국에서 소나무 빈도가 가장 높다는 점”이라며 “활엽수인 참나무 숲은 산불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하지만 소나무가 있는 곳은 불이 날아다니고 엄청난 연기를 내뿜어 피해를 가중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다른 걱정은 이 지역은 주민 구성 연령을 보면 60대 이상이 많다”며 “사회적으로 (온라인) 소통이 취약하고, 이런 상황도 처음 겪어 어려움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은 산불 진화의 기점을 27일 비가 내리느냐로 예상했다. 서 위원은 “만일 내일 비가 내리지 않으면 장기화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이번 산불 이후 정부가 기상 이변으로 인한 대형 재난 차단 대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상 이변이 초래할 대형 재난의 단면이란 얘기다. 이날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금 산불 상황은 모두가 예상 못했던 것 같다”며 “마치 북미 산불 상황처럼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화 후 대한민국 산불에 대한 대책을 전면적으로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환경부가 기후 위기 대응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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