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생들이 등록 마감일을 하루 앞둔 26일 미복귀 학생들을 상대로 등록 및 휴학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고려대 의대 전 학생대표들이 복귀한 의대생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에 학생들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것이다. ‘미등록=제적’이라는 초강수에 일부 의대생들이 등록을 마쳤고 복귀를 희망하는 학생도 다수 있는 만큼 의대생들의 미복귀를 강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들의 ‘단일대오’에 균열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등록 데드라인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대규모 제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생들은 전날 등록 및 휴학 여부를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는 서울대 의대가 등록 마감 시한으로 정한 이날 오후 5시 이전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 결과는 서울대 의대생은 물론 등록 마감을 앞두고 있는 타 의대 의대생들의 복귀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의대생들은 1월에도 복학 여부를 놓고 투표를 진행한 적이 있지만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이번 투표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미등록 의대생들의 복귀 시한을 3월로 못 박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복귀를 선택한 의대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학교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의대생들의 움직임이 감지됐기 때문에 서울대 의대생들이 복귀 투표를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의대생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김다은 제35대 의예과 학생회장 등 고려대 의대 전 학생대표 5명은 전날 ‘존경하는 고려대 의대 학우 여러분께’ 제하의 글을 통해 “본인의 결정을 주저함 없이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우리는 각자의 선택이 존중받고 어떠한 결정에도 위축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현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며 리스트 작성 및 공유, 무분별한 마녀사냥, 서로에 대한 비난과 감시 등이 이어지는 동안 학우 여러분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그간 책임은 오롯이 개인 몫이었으나 선택은 온전한 자유의지로 내릴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지적했다. 의대 학생들 명의로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나온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 의대 투표, 고대 의대 전 학생대표 발언 배경에는 의대생 대규모 제적 현실화 가능성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등록을 마감한 연세대 등 6개 대학은 미복귀 학생에게 제적 예정 통보를 했다. 무더기 제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와 대학에 제적 시한 연기를 요청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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