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이 8일째 이어지고 있다. 밤 사이 북서풍의 영향으로 지리산 천왕봉(1915m)으로 향하던 불길은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여전히 국립공원구역 안에서 붉음 화염과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밤 사이 불길은 더 번져 피해 면적은 80㏊로 추정된다. 축구장 120개 크기다.
28일 오전 7시 기준 산청 산불 진화율은 전날 밤 81%보다 높은 86%다. 하동 옥종면으로 번졌던 불길은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산림청 공중진화대·특수진화대·소방관 등 지상 진화 요원들이 사투를 벌여 사실상 잡아냈다. 이곳은 민가와 과수원 시설 등이 있어 불길이 번질 경우 인명·시설피해가 컸던 곳이다. 현재 잔불 감시 체제로 전환해 불씨가 다시 살아나지 않도록 정리하고 있다.
문제는 지리산이다. 지난 26일 오후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를 넘어선 불길은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까지 직선거리 4.5km까지 북상했다. 다행히 비가 내리면서 습도가 높아져 확산세가 주춤했고, 밤사이 천왕봉과 반대 방향인 북서풍이 불면서 불길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불길은 현재 삼장면 내원리와 대포리 쪽을 향하고 있다. 산청군은 이곳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이곳 방향에는 국립공원구역 안에 있는 덕산사(옛 내원사)가 있다. 산림당국 등은 덕산사에 있던 국보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을 한의학박물관으로 옮기고, 보물 삼층석탑에 방염포를 둘러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방염포는 열기 1000도 이상 올라가도 10분 넘게 버티고, 500~700도까지는 안정적으로 열기를 막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해인사 말사인 덕산사는 신라시대 때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고찰이다.
현재 산불영향구역은 1740㏊며 화선은 70㎞에 남은 길이는 10㎞다. 산림당국은 “하동 쪽 불길을 잡아낸 만큼 오늘 투입할 예정인 헬기 36대를 지리산 쪽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했다.
산청군은 오전 7시와 8시쯤 두차례 ‘시천면 및 삼장면에서 진행 중인 헬기 진화 작업과 관련해 물 투하지역 아래에 계실 경우 위험하오니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했다. 그만큼 오늘 헬기를 총동원해 지리산에 번진 불을 잡겠다는 의지다. 주한미군 헬기 4대도 시천면 중산리 일대 진화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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