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경기 고양시장은 31일 "협치를 얘기하고 소통을 거론하던 고양시의회가 손바닥 뒤집듯 또 다시 시의 미래와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의 관심예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백억 원의 민생·경제 사업이 거의 매 회기마다 무차별 삭감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시민을 외면하고 도시 발전을 가로막는 비상식적인 결정"이라고도 했다.
고양시의회는 제292회 임시회에서 시가 제출한 2025년도 첫 추가경정 예산안 중 161억 원을 삭감했다. 삭감 예산을 보면 원당역세권 발전계획과 킨텍스 지원부지 활성화, 창릉천 우수저류시설, 일산호수공원 북카페 조성 등 47건의 주요 사업이 포함됐다.
이 중 상당수는 적게는 3차례부터 많게는 7차례까지 반복적으로 삭감됐다. 특히 시의 장기적 발전과 인프라 확충을 위한 핵심 사업들까지 줄줄이 포함돼, 시정 전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 가운데에는 시의회가 설립 필요성을 강조해 온 국립수목원 조성 예산도 포함됐다.
이 시장은 "단순한 행사 예산이라면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대부분 도시 인프라 확충이나 법정계획인 도시기본계획 수립 예산까지 삭감했다"며 "이는 정부와도 연계된 사업이 포함돼 어떻게 보면 고양시 발전이 정체될 수 밖에 없는 여건을 시의회가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복지 대상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복지재단 설립 예산도 시의회가 '준비 부족'을 이유로 잘라냈다. 현재 고양시 명목 복지예산은 1992년 11억 원에서 30년이 지난 2022년 1조 1000억 원으로 113배가 급증했다. 일반 예산 52%가 현재 복지비로 쓰이는 데 무상급식이나 교통 복지 등을 모두 포함하면 65% 이상 될 것으로 이 시장은 추산했다.
특히 5년 후가 되면 5명 중 1명이 노령 인구가 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다 1인 가구, 저소득 한부모 가정 등 복지 정책 수요도 다변화 되고 있는 추세다. 경기도 내 6개 시군에서도 복지재단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 시장은 "지난 2년동안 복지재단 설립을 추진하며 많은 부분을 보완하고, 2200만 원 기초 용역비 마저 삭감된 상태에서도 직원들이 직접 이를 수행했다"며 "하지만 시의회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또 한번 삭감한 것은 고양시장이 복지에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한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고양시장이 소통이 안된다, 독단적이다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고양시의회는 지난해 5월 상생협약을 맺은 직후 1회 추경에서 도시개발에 필수적인 용역 14건을 삭감했다"며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닌데 의회가 독단적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이 시장은 전국 지자체와의 경쟁 끝에 국토부 공모에 선정된 인공지능·IT 기반의 '거점형 스마트시티 사업' 예산 삭감에도 크게 반발했다. 그는 "시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스마트시티 사업은 단순한 예산 소비가 아니라, 도시에 대한 혁신적 투자"라며 "정부가 총 사업비 400억 원 중 절반을 지원하는데도, 시의회는 고양시 부담분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않고 매번 삭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시의회가 이제라도 정치가 아닌 시민을 바라보고, 남은 1년여 고양시의 동력이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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