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내 아파트 경매가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경매 감정가가 낮게 책정된 상황에서 올해 들어 집값이 뛰자 매매를 통해 집을 팔아 빚을 갚겠다는 채무자가 부쩍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경매 물건은 감소하는 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예외 적용에 응찰자들이 몰리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날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98㎡에 대한 경매가 취소됐다. 채권자인 NH농협무역이 지난 27일 경매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매 시장이 살아나면서 경매 시장에서 할인된 가격에 처분하는 것보다 매매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채무자 측의 요청으로 경매를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물건은 애초 감정가인 27억 7000만 원에 경매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감정가는 보통 경매 신청일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리센츠 전용 98㎡의 경매 신청일은 집값이 약세를 보이던 지난해 1월이다. 이 때문에 최근 시세보다 감정가가 낮아 응찰자가 대거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같은 아파트, 동일 면적은 지난달 32억 5000만 원에 매매시장에서 거래된 바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르엘(전용 84㎡)’과 ‘신반포자이(84㎡)’,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140㎡)’ 등도 지난달 채권자가 경매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진행이 취소됐다. 이들 물건 역시 집값이 약세를 보였던 지난해 상반기에 경매 신청이 접수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4일 기준) 강남 3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1년 전보다 평균 11.6% 뛰었다. 같은 기간 용산구도 8.5% 상승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거래 절벽 당시에 채무 변제에 소극적이던 채무자들이 집값 상승기에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변제를 서두르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경매 시장에서 알짜로 평가받는 강남권 아파트 물건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경매가 예정대로 진행된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경매 물건은 높은 낙찰률과 낙찰가율을 기록 중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아파트를 경매로 매수하면 실거주 의무가 없어 전세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르면 ‘민사집행법에 의한 경매’는 토지거래계약 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 이날 잠실동 ‘우성아파트’ 전용 131㎡에 대한 경매가 진행된 결과, 감정가(25억 4000만 원)보다 높은 31억 7640만 원에 낙찰됐다. 경매에 총 27명이 몰렸으며, 낙찰가율은 125%에 달했다. 또 잠실동 ‘현대아파트’ 전용 71㎡도 이날 감정가(12억 1000만 원)보다 높은 12억 33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전문가들은 경매 시장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를 낙찰받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올해 1월 60%에서 이달 70%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낙찰가율은 95.6%에서 104.0%로 상승했다. 평균 응찰자 수도 5.8명에서 11.9명으로 많아졌다. 경매 시장에서는 당장 다음 달 1일 매각이 예정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물건에 대한 관심이 크다. 반포 일대 아파트는 이번에 처음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감정가는 51억 원으로, 한 번 유찰돼 최저가 40억 8000만 원부터 경매가 진행된다. 이 선임연구원은 "일부 한강 조망이 가능한 저층 매물로, 매매 호가가 45억 원 수준에 형성된 것을 고려하면 50억 원 초반대에 낙찰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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