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간 상승장이었던 미국 증시가 올 1분기 2년 반만의 최악의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 등이 미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 1분기 4.6% 하락한 것으로 집계된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종합지수는 10.4% 하락했다. 이는 2022년 3분기 이후 최악의 결과라는 게 주요 외신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미 증시 부진은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고율 관세 조치 등으로 글로벌 무역 환경에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미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주식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내년에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20%에서 35%로 높였다. 제프리스의 주식시장 글로벌 책임자인 제시 마크는 “주요 이슈 관련 소음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불투명성이 이렇게 계속 지속되리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매우 자해적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술기업들의 인공지능(AI) 지출이 과다하다는 우려 또한 부정적인 분위기를 더한 것으로 보인다. 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는 1분기에 19.3%가 급락했고 브로드컴도 27.8%나 빠졌다. 보스턴 파트너스의 글로벌 시장 조사 책임자인 마이클 멀래니는 “AI에 대한 질문들은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에, 그리고 주가 측면에서 완벽하거나 거기에 가까운 시점에 나오고 있다”며 “이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확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 증시가 올 1분기 하락했지만 주가 부담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나스닥100지수의 향후 12개월 예상 수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달 27배에서 현재 24배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년간 평균치(약 20배)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편 유럽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로스톡스 600 지수와 영국 FTSE 100 지수는 현지 통화 기준으로 약 5% 상승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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