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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사과밭도 영덕 송이산도 잿더미 "내 나이 일흔, 농사 포기하는게 나아"

화마 휩쓸고 간 경북 농가 '막막'

불길만 스쳐도 병드는 사과나무

식재 등 복구에 체력·비용 부담 커

송이는 산불 피해 보상도 못받아

경북 청송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권오영씨의 집과 사과나무가 불에타 잿더미가 되는 등 관련 농가가 이번 영남지역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 사진=독자제공




경북 청송군 파천면에서 사과밭을 경작하는 권오영(69)씨는 경북 북동부를 휩쓴 이번 산불로 사과 농사를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과나무 약 1500그루와 자두 등을 심은 과수원이 모두 불타 사과나무를 모두 캐내야하기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린 사과나무를 새로 심으면 4~5년 후에나 첫 수확을 할 수 있어 이미 고령인 권씨가 사과농사를 다시 시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권씨는 “과수원도, 농기계도, 집도 모두 불 타 완전히 포기 상황”이라며 “사과나무를 다시 심어도 바로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수확을 하려면 7~8년 지나야 한다. 일흔을 앞둔 내가 다시 사과농사를 지을 수 있겠나”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1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번 영남지역 대형산불로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5개 시‧군의 대표작물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산지를 자랑하며 ‘고품질 명성’을 이어온 청송 사과와 영덕 송이의 피해가 커 앞으로 품귀현상이 우려된다.

청송은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만 4500곳이 넘고, 지난해 기준 생산량은 약 8000t으로 전국 사과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현재 청송 사과 농가 다수는 사과나무를 새로 심어야 할 형편이다.

불길을 피한 나무조차도 재와 연기에 장기간 노출돼 정상적인 생육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가 관계자는 “사과나무는 불길만 스쳐도 꽃을 못 맺는다”며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거의 다 베어내야 한다”고 전했다. 청송 사과 농민 다수가 권씨와 같은 고령자여서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속출할 수 있다. 권씨는 “사과밭을 갈아엎고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할 상황인데 대체 작물 식재비라도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송이 채취량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송이 산지 영덕의 근심도 크다. 영덕은 최근 13년 연속으로 송이버섯 공판 실적 전국 1위에 오른 지역이다.

영덕에서는 이번 산불로 지품면, 축산면, 영덕읍 3곳에 있는 송이산 4000㏊가량이 불에 탔다. 영덕군 전체 산림 피해 면적 8000㏊의 절반에 이른다.

영덕에서도 지품면이, 지품면에서도 삼화2리의 송이 생산량이 가장 많은데 큰 피해를 입었다.

송이는 관련 규정상 재난 지원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피해를 본 임야 산주 등이 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는 것도 문제다.

과수원이나 밭 등에서 경작하는 작물은 객관적인 피해 규모 산정이 가능하지만, 산에서 자생하는 송이는 지원금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이번 산불이 송이 생산량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농가는 물론 지역 전체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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