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제일 아픈 얘기는 ‘월 200 받는 사람들이 돈 모아서 월 500~600 받는 상사 밥 사주는 이상한 조직’이라는 내용입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출신인 인천시 신임 기획조정실장(3급)이 직원들을 향한 첫 전달사항은 ‘간부 모시는 날’ 근절이다. 간부 모시는 날은 일명 ‘밥 수발’로, 하위직 공무원들이 개별로 돈을 내고 특정한 날을 정해서 부서장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관행이다. 개별로 내는 돈 역시 ‘팀비’라는 명목으로 의무적으로 걷어 신입직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밥 수발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크게 문제가 된 공직사회의 ‘악습’이다.
인천시 공직사회에는 아직 이런 악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 간부는 시청 내 구내식당 이용과 메뉴 선택에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또 한 부서장은 식당후보 3곳 이상을 뽑아서 가져가지 않으면 화를 내면서 쏘아붙이기 일쑤다. 4급 부서장과 5급 팀장 간 불편한 관계면 하급직원은 더 힘든 점심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특히 소수직군의 경우 한정된 인사 탓에 이런 관행은 더 심하다고 알려졌다. 행정직군보다 승진 자리가 적다 보니 이렇게 ‘의전’이라도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만연된 악습에 결국 신승열 신임 기조실장이 칼을 빼 들었다.
신 실장은 지난달 31일 인천시 공무원 내 토론방에서 “잘못된 관행을 전통으로 미화하지 말라”라며 “향후 감사관실을 통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또 신 실장은 “부서장이 요구하기보다는 과에서 내려오는 관행에 따른 경우가 많을 것”이라면서도 “이렇다고 모시는 날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급 직원들에게도 당부했다. 신 실장은 “이런 관행이 향후에도 남아 있다면 숨기지 말고 적극 말씀해 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글이 토론방에 올라오자 직원들이 응원 댓글을 잇고 있다.
“깨어 있는 말씀 감사하다. 덕분에 점심시간이 더 즐거워질 것 같다”, “이번 계기로 공직문화가 더 나아지길 기대한다”, “제발 감사실에서 조사해 잘못된 관행 근절되도록 부탁드린다”와 같은 글들이 계속 새롭게 게시되고 있다.
반면 일부 게시글에는 “개인적으로 윗 분하고의 식사를 선호한다”, “대다수 선량한 국·과장이 청렴위반자가 돼 아쉽다”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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