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제 공동 연구진이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 농경지 면적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럴 경우 자칫 개발도상국의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한 국가 간 협력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전해원 교수와 중국 베이징사범대 페이차오 가오 교수 공동 연구팀이 2일 파리협정의 1.5도 목표 달성이 전 세계 농경지와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5㎢ 단위로 전 세계 토지 이용 강도를 저밀도·중밀도·고밀도로 구분해 예측·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기후 정책을 시행할 경우 2100년께 전 세계 농경지 면적은 약 12.8% 줄어든다. 특히 남미에서 24%로 가장 큰 감소가 예상되며 전체 농경지 감소의 81%가 개발도상국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됐다. 탄소 감축을 위해 농경지를 숲으로 전환하는 ‘재자연화’가 이뤄지면서 중밀도 농경지의 절반(51.4%)이 고밀도 산림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또 식량 생산 대국인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의 농산물 수출 능력이 각각 10%, 25%, 4% 감소하는 등 주요 식량 수출국들의 수출 잠재력이 12% 감소할 것이라는 결과도 도출됐다. 이 경우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적 협력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앞서 2021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현재 감축안으로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아래로 유지할 확률이 11%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전 교수는 “전 세계적 탈탄소화 전략을 세울 때는 여러 분야의 지속 가능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며 “온실가스 감축에만 집중한 나머지 지구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더 큰 맥락을 보지 못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실험실에서 효율적으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굉장히 많이 발전한 만큼 개발도상국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력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에 전 교수와 송창칭 교수 공동 교신 저자로 게재됐으며 4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