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공천 개입·여론 조작 의혹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윤 전 대통령 부부로 직접 향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소추특권도 사라지면서 직접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검찰은 영부인에서 일반인이 된 김건희 여사부터 우선 소환하는 등 수사에 고삐를 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오세훈 서울시장 여론조사 비용 대납 △윤 대통령 부부의 국회의원·지방선거 공천 개입 △윤 대통령 무상 여론 조사 제공 및 여론 조사 조작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개입 의혹과 달리 외관상 가장 빠르게 수사가 진척되고 있는 사건은 오 시장에 대한 여론 조사 비용 대납 의혹이다. 검찰은 서울시의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 김병민 정무부시장 등 주변 인물들을 조사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오 시장 집무실·공관을 압수수색했다.
현재까지는 윤 전 대통령 부부 사건과 다소 관계가 없는 오 시장 관련 의혹을 집중 수사했다. 윤 전 대통령이 헌재 선고에 따라 파면이 되면서 수사 제한 요소가 사라져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로 외연이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 외에는 형사 소추를 받지 않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은 해당 의혹 수사 선상에서 지금껏 제외돼 왔다.
김 여사 역시 영부인 신분이라 경호 등 문제에 따라 직접 조사가 쉽지 않았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7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경호 등 문제 탓에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경호처 방문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마저도 경호처와 조사 방식 등을 두고 수개월 협의한 끝에 이뤄져 검찰은 ‘늑장 조사’라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 대선 직전 명씨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도와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명씨는 20대 대선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81차례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하고 3억 7520만 원을 모두 미래한국연구소가 부담했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또 검찰은 명씨가 윤 전 대통령을 위해 일부 조사를 조작했다는 의심도 한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6월 보궐선거 당시 명씨와 통화를 하고, 김 전 의원을 국민의힘 창원의창 후보로 공천하도록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여론조사 업체 PNR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김 여사가 명씨 제공 여론조사를 참고 삼아 제공 받은 것을 넘어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 조사를 요청한 게 아닌지 의심할 정황이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또 지난 대선 당시 명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 강혜경씨에게 “윤 경선 후보를 올려서 홍준표 경선 후보보다 2~3% 앞서게 해달라”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12·3 비상계엄 관련 직권남용 혐의도 추가 기소될 전망이다. 대통령이 아닌 만큼 직권남용죄에 대한 형사소추 적용이 가능하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죄는 뺐다.
현재 서울고검이 검토하고 있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재수사 여부도 조만간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시킨 혐의(직권남용·범인도피)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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