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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 그 경계가 흐려진 푸른 밤…헤롤드 앤카트의 '좋은 밤'

헤롤드 앤카트 국내 첫 개인전 '좋은 밤'

나무·구름·하늘 등 평범한 풍경

대담한 색채와 결합해 주목받아

"오랜 짝사랑 푸른색 마음껏 사용

관람객 눈길 잡아두는 게 내 일"

헤롤드 앤카트가 자신의 작품 '그랜드 뷰(2025)' 앞에서 작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미기자




헤롤드 앤카트의 신작 ‘View’(왼쪽·2025)와 ‘Grand View’(2025)는 동일한 바다를 주제로 미묘한 색의 변화를 주면서 관람객들에 시간 흐름의 변화를 경험하게 한다. 사진제공=가고시안 ⓒ Harold Ancart, Photo: JSP Art Photography, Courtesy the artist and Gagosian


청백색 바위 덩어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짙푸른 수평선은 강렬한 색채의 대조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지만 선뜻 다가서기에는 왠지 차갑다. 그러나 같은 풍경도 밤이 내리면 달라진다. 회색으로 물들었던 탁한 하늘에 부드러운 푸른 빛이 번지고 바위 덩어리의 날카롭던 윤곽선은 어둠이 덮여 경계가 흐려진다. 짙푸른 바다는 더욱 깊게 흐르며 우리를 고요한 밤의 순간으로 안내한다.

벨기에 출신으로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헤롤드 앤카트가 한국 관람객을 처음 만나며 가져온 신작 회화 5점은 ‘밤의 풍경’을 주제로 한다. 작품은 지난 3일부터 글로벌 리딩 갤러리 가고시안이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APMA캐비닛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좋은 밤(Good Night)’에서 만날 수 있다. 개막날인 3일 한국을 찾은 작가는 “화가에게 색은 자녀와 같아서 모두를 사랑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오랫동안 푸른색을 짝사랑해왔다”며 “밤의 풍경은 내가 좋아하는 푸른 색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헤롤드 앤카트의 ‘좋은 밤’(Good Night·2024). 사진 제공=가고시안ⓒ Harold Ancart, Photo: JSP Art Photography, Courtesy the artist and Gagosian




작가는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실험적인 구도와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대담한 색채를 결합한 풍경 작품들로 주목받아 왔다. 주요 모티프는 나무와 구름, 수평선, 하늘, 꽃처럼 일상에서 쉽게 관찰되는 평범한 요소들이다. 실제 그는 수평선을 의미하는 하나의 선이나 동그라미 같은 단순한 형태에서 그림을 시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완성된 풍경은 실제의 자연이 아닌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내면의 모습에 가깝다. 짙푸른 잎사귀가 무성한 나무들은 어두운 밤하늘과 뒤섞이고 다채로운 색으로 뒤덮인 들판은 붉고 흐리게 이어지며 밤의 경계를 허문다. 작가는 “자연의 풍경이란 언제나 새로운 것을 탐험하는 내게 있어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를 떠올리게 해주는 어떤 은유와 같은 것”이라며 “실제(reality)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디선가 본듯한 혹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정답은 없다. 작가는 자주 “내 그림이 어디로 갈지, 어디서 멈출지는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유화 물감을 굳힌 오일 스틱을 손에 들고 집요하게 캔버스를 채워가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색이 이끄는 대로 회화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에 단 하나의 의도가 있다면 관람객의 상상을 제한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는 “작가로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완성된 작품이 누군가의 눈길을 끌어 계속 바라보도록 하는 일인 듯 하다”고 말했다. 전시의 한글 제목을 ‘좋은 밤’으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한국어로 ‘Good Night’는 ‘잘 자요’ 또는 ‘안녕’의 의미도 있는 걸로 알지만 불필요한 해석을 제안하고 싶지 않기에 ‘밤’이라는 단어를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헤롤드 앤카트의 한국 첫 개인전 ‘좋은 밤’이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APMA캐비닛 전시장의 모습. 사진제공=가고시안 ⓒ Harold Ancart. 사진 : 전병철. Courtesy Gagosian


그는 한국 첫 개인전을 열며 관람객들이 완벽한 상태로 자신의 그림을 감상하기를 바라며 전시 공간까지 일일이 관여하기도 했다. 투명한 유리 창이 전면을 감싸고 있는 원래의 전시 공간은 밤의 아늑한 느낌을 주기 위해 캔버스 질감의 베이지 커튼으로 온통 뒤덮였다. 전시장을 차지하는 벤치조차 관람객들이 등을 맞대고 그림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을 반영해 폭과 길이가 엄선돼 배치됐다. 전시는 5월 16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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