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가 평택시와 용인시 등 인접 지자체들이 시 경계지역에 주민 기피시설 설치를 잇따라 계획하자 일전을 불사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각 지자체의 기업 유치경쟁 격화가 관련 설비 설치에 따른 지자체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상위 지자체나 중앙정부 차원의 갈등중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안성시를 비롯해 인접 지자체들에 따르면 평택시는 수차례 공모 끝에 지난 2월 은산 1리를 공설종합장사시설(공설화장장) 건립 후보지로 낙점했다. 평택시는 20만㎡ 부지에 화장로 10기, 자연장지 등 7만기 안장 규모의 공설화장장을 계획하고 있다. 50만명 이상 대도시 중 유일하게 화장시설이 없어 시민들이 타 지자체로 ‘원정화장’을 가야 하는 불편과 시간·경제적 부담이 누적되자 마련한 대책이다. 반면 안성시는 은산 1리가 안성시 원곡면 산하1리, 평동, 신촌마을과 맞붙어 있어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 저하 및 건강위협 등을 우려하고 있다.
용인시 역시 처인구 이동읍 덕성리 일원에 부지면적 9만9715㎡, 일 처리량 500t규모의 자원회수시설 확충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인접지인 안성시 양성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환경피해는 물론 지가하락, 주민 생활환경 훼손 등을 주장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안성시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른바 ‘기피시설’ 잇따라 인근에 들어서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3개 노선 약 350여객의 송전탑을 안성시 관내 7개면 산하에 설치할 예정이다. 3개 노선은 각각 60㎞, 74㎞, 72㎞에 이르며 송전탑 등 지지물은 각각 130기, 165기, 164기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설되는 고압 송전선로는 인접 도시인 용인의 삼성 국가산업단지 전력공급 등을 위한 것이다. 안성시는 전자파 노출, 미관 저해, 토지가 하락 등으로 시민들의 민원이 급증할 수 있다 우려한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열 공급 시설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 연료를 공급할 가스관 연결 문제도 안성시의 고민거리다. 해당 가스관은 안성 내 약 13㎞에 걸쳐 매설돼야 해, 환경오염 등의 이슈로 이어질 수 있다.
안성시의 이 같은 불만은 이미 수년째 누적된 상황이다. 인구 100만 특례시 용인시와 반도체 특수를 누리고 있는 평택시에 비해 인구 20만 소도시인 안성시는 오랫동안 경기 남부에서 낙후된 곳으로 손꼽혔다.
무엇보다 안성시는 최근 몇년 새 점진적 규제 해제를 바탕으로 첨단산업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같은 기피시설이 계속 설치될 경우 이 같은 로드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과 현대자동차 배터리 연구소 건립 추진 등 호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기피시설에 대한 반대 여론도 이에 비례해 커지고 있다. 안성시는 ‘안성시 지역발전 범시민운동 지원조례’에 따라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일방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범시민 반대운동을 펼쳐나간다는 방침이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인접 지자체들의 개발사업이 안성의 발전 저해와 시민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든 행정력을 총 동원할 것”이라고 밝히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접 지자체들은 안성시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기피시설 설치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지자체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평택시 관계자는 “화장시설의 경우, 수원 연화장이 광교신도시 내에 있으며 서울추모공원도 서초구에 있다"며 "평택만 하더라도 고덕지구에 에코센터가 있지만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에서 기피시설 설치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설화장장에 대한)주민 반발에 최대한 대화와 설득을 병행하고, 주민지원 방안에 안성시 주민들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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