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상호관세 조치가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공화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증시 하락이 맞물리면서 경합주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러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친(親)트럼프 인사들도 상호관세 강행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6일(현지시간)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일부 경합주 공화당 의원들이 관세 문제와 관련해 유권자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관세로 인한 경제 혼란이 공화당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젠 키건스 하원의원(버지니아주)은 최근 유권자로부터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는 질문을 받은 뒤 “우려를 알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응답했지만 불만 여론이 표면 위로 올라왔음을 시사했다. 돈 베이컨 하원의원(네브래스카)도 “우리는 무역전쟁이 아닌 자유무역을 원한다”며 간접적으로 대통령의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
상원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트럼프 충성파’로 알려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5일 팟캐스트에서 “모든 나라가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 이라면서 “국내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국민은 집권당에 책임을 묻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선거가 대참사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리 모란 상원의원(캔자스)도 ”지역구민 상당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승계 서열 3위인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3일 초당적 무역법안을 발의하며 대통령의 관세 권한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에 앞장 섰다. '2025 무역검토법'은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경우 48시간 이내에 의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실질적인 승인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화당의 또 다른 중진 톰 틸리스 의원은 “의회가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법안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 주요 언론은 이를 두고 ‘공화당의 미세한 균열’이라고 규정한 뒤 파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6일 워싱턴포스트(WP)는 “아직까지는 작은 반대의 신호지만, 더 커지면 당의 정체성과도 충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공화당 전략가는 “경제 문제가 유권자의 인식에 깊이 각인되면 설사 상황이 나아져도 공화당은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며 “지금처럼 고통이 지속되면 내년 선거는 완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경제학자 테즈 파리크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트럼프의 관세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며 “유권자와 기업, 시장의 압박이 결국 정책 후퇴를 이끌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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