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 수 증가 폭이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건설업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같은 대외 경제 불안 요인이 고용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는 모양새다. 기업들의 고용 여력 또한 점점 떨어지고 있다.
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고용보험 가입자는 1543만 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만 4000명(1%) 증가하는 데 그쳤다. 3월 가입자 증가 폭은 고용보험 증감률 통계가 작성된 1998년 이래 3월 기준 최저치다. 3월처럼 월별 기준으로 증가 폭이 평균을 크게 밑도는 상황은 지난해 8월부터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경기 위축까지 겹치면서 고용 시장이 단기 회복이 어려운 침체기에 빠졌다는 평가다.
특히 건설업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만 1000명 감소한 75만 4000명을 기록하면서 20개월 연속 줄었다. 건설업은 최근 발표된 건설수주나 건설경기지수 모두 크게 부진하다. 이 때문에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반등 기회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은 일자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지표는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이들 사업장이 줄면 근로자들이 고용 시장에서 일용직 등 ‘더 나쁜 일자리’로 내몰리고 이 일자리를 두고 더 심한 취업 경쟁을 해야 한다. 실제 1월 국내 사업체 종사자 수는 4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3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3만 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구직급여 지급액도 1조 510억 원으로 8.4% 늘었고 구직급여 지급자도 69만 3000명으로 5.9% 증가했다. 구직급여 지급액과 지급자 모두 2021년 3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직급여가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것은 실업자가 증가하고 일자리 여건이 악화된다는 의미다. 다만 구직급여액은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로 인해 추세적으로 늘고 있는 영향도 있다.
기업의 일자리 공급은 다시 바닥권으로 추락했다. 고용보험 가입 사업체 약 40만 곳이 활용 중인 일자리 지원망 ‘워크넷’의 구인 배수(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는 0.32로 전년 동기 대비 0.16 하락했다. 0.32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닥친 199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올 1월 0.28로 급락했던 구인 배수는 2월 0.4로 반등했다가 3월 다시 악화된 상황이다.
이는 기업들이 경영 악화에 대비해 채용 문을 닫기 시작한 영향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월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채용 설문조사를 한 결과 61.1%는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했다. 채용 계획이 있더라도 지난해보다 규모를 줄이겠다고 답한 기업도 28.6%를 기록했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규모를 늘리지 않는 이유 1위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경영 긴축(51.5%)이 꼽혔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부진한 상황 등 기업 입장에서 많은 불확실성 요인이 생겼다”며 “미국의 고관세정책 이후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선제적으로 조금씩 줄이고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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