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조직은 최대한 보호하고 암세포만 정밀 타격해 ‘꿈의 암치료 기술’로 불리는 중입자치료가 국내 세 번째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도입된다.
서울아산병원은 7일 일본 도시바ESS·DK메디칼솔루션 컨소시엄과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31년 첫 가동을 목표로 서울 송파구 풍납동 본원에 회전형 치료기 2대, 고정형 치료기 1대를 갖춘 연면적 4만880㎡(약 1만2388평)의 중입자 치료 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중입자 치료는 X선이나 감마선을 이용하는 기존 방사선치료와 달리 입자가 무거운 탄소원자를 가속기(싱크트론)로 빛의 70% 속도까지 가속시켜 암세포에 조사하는 치료법이다. 빔이 인체를 통과할 때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암조직을 지나치는 순간 에너지 전달이 절정에 이르고 소멸되는 ‘브래그 피그(Bragg Peak)’ 원리를 이용한다. 다만 치료장비와 설비를 갖추는 데 수천억 원이 들고 치료 난이도가 높아 전 세계적으로도 10곳 정도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수 억원을 들여 해외 원정 치료를 떠나는 난치암 환자들이 많았는데, 연세암병원이 2023년 치료기를 도입하며 국내에서도 중입자치료가 가능해졌다. 다만 여전히 난치암 환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높아 대기기간이 상당하다. 한때 중입자치료센터 건립을 유력하게 검토했던 제주대병원은 비용 문제로 1년여 만에 사업을 접었고, 서울대병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부산시·기장군의 중입자가속기 구축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2027년 건립을 목표로 지난해 공사에 착수한 상태다. 서울아산병원은 당초 인천 청라에 건립 중인 분원에 중입자치료센터 건립을 검토했으나 환자들의 접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본원 도입을 결정했다.
병원 관계자는 "도입 준비 과정에서 여러 기관과 지자체로부터 유치 희망과 제안을 받았으나 환자 편의, 임상 치료와 연계된 의학 연구, 지역사회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풍납동 캠퍼스 설치를 최종 결정했다"며 "면적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치료시설에 기존 장비보다 빔 조사 범위가 넓고 선량률이 높은 최고 사양의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탄소 이온뿐 아니라 헬륨, 네온, 산소 등 다양한 입자를 활용한 멀티이온빔으로 기존 치료에 내성을 가진 암환자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입자 치료가 크게 주목을 받자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중입자 치료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 2022년 3월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도 세종시 중입자치료센터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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