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집권 여당의 지위를 잃은 국민의힘이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당정협의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정부 부처의 비공식 보고도 받지 못한다. 조기 대선 모드로 즉각 전환한 국민의힘은 공약 발굴과 정책 경쟁에 당력을 집중해 정책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7일 중앙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당직자 조회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으면서 당정협의회를 주 3회까지 개최했는데 이번에는 없을 것”이라며 “(이제) 추경을 마무리하고 대선 공약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고 말했다.
국무총리훈령에 따르면 여당은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으로 규정한다. 이에 국민의힘은 4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라 즉각 여당의 지위를 상실했고 행정부와 여당이 국가 정책을 협의·조정하는 당정협의회는 더이상 개최가 불가능하다.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가 공동 주재하는 고위당정협의회와 각 부·처·청 및 위원회의 장과 여당 정책위의장이 공동 주재하는 부처별 당정협의회 역시 개최 근거가 사라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인용되고 주말이 지나자 당정협의가 일체 중단됐다”며 “당정 공조를 위해 정부가 여당에 비공식적으로 현안을 보고하는 것도 사실상 끊겼다”고 전했다.
여당이 없다고 해서 행정부와 입법부 간 협의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국무총리훈령에서는 여당이 없는 경우 행정부와 각 정당 간 정책협의·조정을 위해 정당정책협의회를 두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과 같은 위치에서 정부와 각종 현안을 협의할 수 있다. 또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에 파견된 공무원 출신 수석전문위원들도 당장은 각 부처로 돌아갈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여당이라는 프리미엄을 잃은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핵심 과제를 조기 대선 공약 개발로 이어가며 정책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 의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주52시간 근로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와 첨단산업 육성, 저출생·고령화 및 기후위기 해결 등 이번 대선 공약에 반영할 7대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특히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국민의힘이 지난해 11월 정부와 협의해 당론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으로 역점 추진했으나 민주당의 반대에 막힌 상태다.
그는 “7대 정책 비전을 핵심 방향으로 해 기존 민생 어젠다를 구체적인 공약으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 과제에 부응하는 혁신적이고 책임 있는 공약들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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