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항 연안에 나타났다가 먼바다로 떠났던 대형 고래가 5시간여 만에 다시 돌아와 관련 기관이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7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와 여수해경에 따르면 이달 4일 광양항 송도 연안에 등장한 대형 고래가 아직 인근 바다에 머물고 있다. 해당 고래는 이빨 고래 중 가장 큰 종인 향고래(향유고래)로, 길이 15~20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고래는 이달 4일 오전 9시48분께 처음 발견돼 해경 등의 유도 활동으로 오후 1시30분께 넓은 바다로 헤엄쳐 사라졌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6시30분께 다시 연안으로 돌아와 현재까지 광양항 인근 해역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고래는 수심 2m 바다에서 등 부위 4m가량을 수면 위로 노출한 채 유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광양항 일대는 최대 수심이 13m로, 대형 고래가 서식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다.
관계 기관은 고래가 다친 상태로 연안에 들어온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고래의 몸집이 워낙 커 다이버 등을 투입하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발견 당시 고래 머리 부분에 긁힌 상처가 있었지만,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래연구소 관계자는 “항공 조사와 선박 조사 등을 통해 국내 해안에서 향고래가 발견되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만(灣) 안쪽 연안에서 산 채로 발견된 사례는 드물다”며 “외형상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과 고래연구소,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은 주변 선박을 통제하고 고래를 다시 먼바다로 유도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향고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 취약(VU·vulnerable) 등급에 등재돼 있다. 과거 국내 바다에서도 빈번히 발견됐지만, 과도한 포경으로 1970년대 멸종위기에 처했다. 현재는 포경이 금지되면서 개체 수가 어느 정도 회복됐으나 여전히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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