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잠시 중단된 ‘반도체특별법’ 등 주요 현안 논의를 재개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본격적인 대선 모드로 돌입하기 전 지금이 법안 처리의 적기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양당 합의가 또다시 불발되며 기약 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8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반도체특별법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전히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이 발목을 잡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제외하고 양당이 합의한 반도체 산업 지원 내용만 담아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최근 정부 고시를 개정해 현행 3개월 단위인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면서 특별법에 굳이 52시간 예외 조항을 넣어야 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해당 조항을 포함해야 특별법 제정에 의의가 있다고 맞섰다.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 위원장인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정부 고시 변경으로 산업 현장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다시 논의해보려고 했지만 역시 변화된 게 없었다”며 “당장 지도부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요청하겠다고 (국민의힘에)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또다시 합의가 불발되며 반도체특별법 처리 및 공포는 자연스럽게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는 수순이다. 민주당이 당장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더라도 산자위(180일)에 법제사법위원회(180일), 본회의(60일)까지 심사를 거쳐야 한다. 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에서 일정을 최대한 압축해도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이다. 조만간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상임위 일정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도 크다.
국민연금 구조 개혁을 논의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도 첫 회의에서 특위 위원 자격을 놓고 거친 공방이 오갔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강선우 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과 비교섭단체로 참여한 진보당의 특위 구성 등을 차례로 문제 삼자 강 의원을 포함한 다른 의원들이 “무례하다”고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조정장치 등 핵심 안건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태에서 각 정당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며 추가 회의 개최도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금특위 관계자는 “첫날부터 크게 싸우고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대선 전 한 번 정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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