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의 상징 중 하나는 클럽하우스 앞의 파라솔이다. 파라솔 아래 테이블에는 아무나 못 앉고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 회원이나 선수 가족, 그 외 특별한 관계자만 앉을 수 있다. 다양한 음료와 식사도 제공되는 그들만의 교류의 장이다.
9일(한국 시간) 여기에 양용은(53)이 있었다. 그에게는 마스터스 측에서 제공하는 ‘골드카드’가 있다. 메이저 대회 우승자 혜택이다. 이 카드를 내밀면 식음이 무료다. 제한된 구역을 드나들 수 있고 별도 주차공간도 있다. 이날 파라솔 주변에는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보였다.
잘 알려졌듯 양용은은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이다.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타이거 우즈(50·미국)와 경쟁 끝에 트로피를 들었다. 한국에서는 양용은 하면 지금도 ‘우즈를 이긴 남자’로 통하는데 미국에서는 어떠냐고 물었다. 양용은은 “저를 알아보는 사람 중 95%가 우즈 때문에 안다”고 했다. "메이저 우승을 해도 몇 주 만에 잊히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감사하게도 우즈를 이긴 덕분에 메이저를 열 번은 우승한 것처럼 임팩트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 사인 요청을 받을 때도 꽤 있는데 한 번은 열살 아이가 이러더라고요. ‘아빠가 사인 받아오라고 했어요. 우즈 이긴 유명한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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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은 “여기 미국 사람들은 아시아 최초 같은 타이틀은 잘 모르고 그저 ‘비트 타이거’ ‘우즈를 이겼다’ 이것만 쳐주는 것 같다”며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도 선수 소개 때 ‘비트 타이거’를 말한다”고 했다.
양용은은 만 50세 이상 선수가 출전하는 PGA 투어 챔피언스를 4년째 뛰고 있다. 지난해 9월 우승도 했다. “첫 목표가 5년은 뛰는 거였는데 투어 생활해보니 60세 넘어서까지 하고 싶어졌다”는 설명. 시니어 PGA 챔피언십 우승이 다음 목표라면서 “우즈가 오면 투어가 꽉 찬 느낌이 들 것 같다”고도 했다. 우즈와 시니어 무대 대결을 바라는 눈치다.
철저한 식단 관리와 운동으로 양용은은 7년째 82㎏대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골프 선수로서 신조가 ‘끝까지 살아남는 게 이기는 것’이어서 그렇다”고 했다. “28년째 골프를 하고 있는데 쉬는 주에도 두세 번 지인들과 라운드를 즐길 만큼 골프가 재밌다”는 양용은은 “아마추어의 동작을 보면서도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배울 점이 많다. 그렇게 계속 골프를 배워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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