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자 세계 경제가 패닉에 빠졌다. 중국은 “끝까지 싸운다”는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비치며 국채 매도를 비롯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하려는 기세다. 소비재부터 중간재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이 핵심 광물 자원 수출 통제까지 나설 경우 미국이 받을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등판해 “주변국과 함께 미국에 맞서겠다”며 관세 전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만큼 미중의 양보 없는 맞대결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미중의 치고받기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보복 조치를 하는 것은 중국의 실수”라며 “미국은 맞으면 더 세게 맞받아친다”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34% 맞불 관세 방침에 추가로 50% 관세를 더하기로 한 것을 두고 “그것이 (중국에 대한) 104%의 관세가 시행되는 이유”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를 두고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10일로 예고했던 맞불 관세 수위를 84%로 높인다고 밝히며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조치는 실수에 실수를 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2월과 3월 각 10%의 추가 관세를 매길 때만 해도 특정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와 미국 기업에 대한 통제 조치 등을 내놓았지만 이후 34%, 추가로 50%가 더해진 상호관세에는 동일한 규모로 맞섰다.
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미국의 징벌적 관세 부과와 관련한 입장에 대해 “미국이 경제 무역 제한 조치를 더욱 강화한다면 중국은 확고한 의지와 풍부한 수단으로 반드시 단호하게 반격하고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역시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계속해서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 주석도 중앙주변공작회의에 참석해 “주변국 운명 공동체 구축에 집중하고 주변국 업무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미국에 맞서 주변국과의 우호 관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주변국과의 외교 문제를 다루는 최고위급 회의가 열린 것은 12년 만이다. 시 주석의 연설이 공개된 것 역시 미중 무역 전쟁 격화 이후 처음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의 가격도 급등했는데, 전문가들은 중국이 보유하던 물량을 내다 팔며 반격에 나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을 높이기 위해 중국이 미국 국채 매도를 공격 수단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장난감 등 소비재부터 첨단 전투기에 이르는 방위산업 핵심 분야까지 미국을 타깃으로 한 ‘핀셋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쉴드 AI·시에라 네바다·사이버룩스·엣지 오토노미 등 항공우주, 방위산업 솔루션 분야의 미국 군수기업 6개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추가했다. 이 밖에도 아메리칸 포토닉스(렌즈 제조), 노보텍(바이오), 에코다인(드론) 등 미국 12개 기업을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통제하며 주요 제품 생산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지난 4일 발표한 조치에 포함된 희토류 수출통제와 수수·가금육 관련 기업의 수출 자격 정지 등에 따른 타격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장난감의 76.3%가 중국산으로, 관세 인상에 따라 미국 소비자의 부담은 급증할 수 밖에 없다. 희토류 수출이 통제될 경우 미국이 개발중인 6세대 전투기 F-47과 같은 스텔스 항공기의 부품 공급도 어려워질 수 있다. 대두(콩), 수수 등 농산물과 가금육 등의 수출제한도 공화당 지지 기반인 농민들의 부담을 키워 트럼프가 받는 압박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금지법’을 연기하면서까지 미국 기업의 인수를 유도하고 있는 틱톡의 거래를 미중 양국이 관세 협상을 마무리할 때까지 승인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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