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6·3 대통령선거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 전 대표는 10일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을 통해 공식 출마 선언을 한 뒤, 11일 국회에서 비전 발표회를 할 예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6월 3일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주재한 제100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겪는 이 어려움도 국민께서 과거 역경을 이겨낸 위대한 DNA를 발휘해서 빠른 시간 내에 이겨낼 것이라고 보고 저도 그 여정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당 대표 일을 한 지 3년 가까이 되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3년간 당 대표로서 나름 성과 있게 재임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보통 3~4분 내외가 소요되는 최고위 모두발언과 달리 이날은 다른 최고위원들이 이 전 대표에게 시간을 할애해 15분 가까이 발언을 이어갔다.
마지막 최고회의 평소보다 5배 모두발언
이 전 대표는 “출발할 때는 험했는데 그래도 퇴임하는 상황에서는 출발할 때보다 상황이 좋은 것 같다”며 “민주당 당원들께서 당을 지켜주시고 저를 지켜주셨다. 최고위원, 당직자분들 고생하셨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2022년 3월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뒤 그해 8월 민주당 대표직을 맡았고, 지난해 8월 연임해 모두 2년8개월 동안 민주당 사령탑을 지냈다. 그사이 ‘당원 중심’으로 민주당 구조를 재편했고, 흉기 테러와 단식 농성,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 22대 총선 압승과 12·3 내란, 현직 대통령 파면 등을 겪었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는 “3년 생각해보면 사실 무슨 소설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전 대표’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최고위 정회는 대표 권한대행이 된 박찬대 원내대표가 했다.
“새로운 일 시작하게 될 것”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내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정권 교체에 온 힘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당 대표를 퇴임하는 순간 주가 지수를 보니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12·3 비상계엄으로 망가진 경제의 대표적인 지표로 주가지수를 꼽았다. 대북 ‘삐라’가 사라진 점에 대해서도 “신통하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탄핵이 되고 나니까 대북 삐라와 대남 쓰레기(오물) 풍선이 사라졌다”며 “희한하지 않냐”고 에둘러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윤곽드러내는 경선캠프…11일 비전발표
경선 캠프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은 윤호중 의원, 총괄본부장은 강훈식 의원이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밖에 윤후덕(정책), 김병기(조직), 김영진(정무총괄), 이해식(비서), 한병도(상황), 박수현(공보), 박상혁(홍보) 의원 등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소영 의원은 TV 토론 준비를 위해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고 효율성에 집중해 짧은 선거 기간 동안 성과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본선에서는 기존 당 조직을 선거대책위원회로 빠르게 전환시켜 선거 초반부터 국민의힘을 압도한다는 전략이다.
출마 선언은 10일 오전 영상으로 나간다. 이 대표는 출마 선언문 메시지 등 출마 준비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11일에는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 발표가 예정돼 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출마 선언뿐만 아니라 정책과 공약 발표도 유튜브 등을 활용해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방송과 신문 등을 통한 인터뷰 등은 시간과 지면의 한계 등으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면이 있어 영상을 최대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국에 세 과시용 출마와 유세로 비용을 들이기보다 내용 전달에 보다 유리하고 국민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영상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8년 만에 단독저서…‘소년공’ 이재명 정치역정 담아
대선 출마에 맞춰 8년 만에 단독 저서 ‘결국 국민이 합니다’도 내놓는다. 9일 예약을 시작으로 15일부터 정식으로 판매된다. 지난 대선 초반 슬로건이었던 ‘이재명이 합니다’의 확장편인 셈이다. ‘정치인 이재명’의 인생과 정치 철학뿐만 아니라 지난해 1월 예상치 못한 피습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상황, ‘소년공’ 출신 이재명의 인생 항로와 정치 역정 등이 포함됐다. 책 머리에서 이 전 대표는 “우리의 과제는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회복과 성장”이라며 “우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하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 길에 나 이재명이 국민의 충직한 도구로 사용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민주당은 이날 바로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할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대선특별당규위원회를 꾸리고 조기 대선 체제에 들어갔다. 선관위원장은 4선 박범계 의원이, 대선특별당규위원장은 4선 이춘석 의원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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