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보상금을 자녀 가운데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주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보상금 우선권을 국가유공자 자녀 중 연장자에게 주는 게 헌법상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헌재가 내린 결정이다.
헌재는 10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에 대해 “나이 많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며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는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되, 내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무효로 하겠다는 결정이다. 전날 취임한 마은혁 재판관은 심리에 관여치 않았다.
국가유공자법은 배우자와 자녀, 부모 순으로 매달 지급되는 보상금의 우선권을 인정한다. 이날 헌재 심판 대상이 된 건 국가유공자법 13조 2항이다. 해당 조항에서는 유족 간 협의가 없으면 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자녀가, 유족 간 협의도 없고 부양의 정도가 비슷하면 나이가 가장 많은 자녀가 우선권을 갖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월 보상금뿐 아니라 생활조정수당, 사망일시금 등 각종 보상 체계에 전부 적용된다.
헌재는 “국가유공자 자녀 중 특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가 있을 수 있는데 연장자 우선 조항은 개별적 사정은 전혀 고쳐하지 않고, 나이 많음을 선순위 수급권자 선정의 최종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국가의 재정상 한계로 인해 각종 보상의 총액이 일정액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 내에서 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보다 큰 자녀에게 보상을 지급한다면 국가유공자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국가의 과도한 재정 부담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건은 2023년 국가유공자 자녀인 A씨가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달라고 대법원에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A씨는 본인이 국가유공자인 아버지를 직접 부양했다며 인천보훈지청에 보상금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인천보훈지청은 A씨가 둘째 자녀인 데다, 부양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등 사유로 거부했다. 이에 A씨는 부모의 보상금 수령권을 두고 인천보훈지청과 소송을 벌였다. A씨는 상고심 단계에서 근거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신청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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