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반대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하며 대권 출사표를 던졌다. 한 전 대표는 “무너진 중산층을 일으켜 세우고, 경제의 허리를 두툼하게 키워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국민소득 4만 달러, 중산층 70% 시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분수대 앞에서 대선 출정식을 열고 “고착된 양극화를 넘어, 노력하면 누구나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정식에는 조경태·송석준·서범수·박정하·배현진 등 친한동훈(친한)계 의원 17명과 팬클립 ‘위드후니’ 등 지지자 수백명이 참석해 북새통을 이뤘다.
한 전 대표는 정치·세대·시대 교체를 내세우며 ‘국민소득 4만 달러, 중산층 70% 시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한 핵심 공약으로 △경제 나토(NATO) 창설 △5대 메가폴리스 조성 △미래성장 2개년 계획 입안 △미래전략부 신설 △초격차 5대 산업(로봇·반도체·에너지·바이오 등) 육성 △한평생복지계좌 신설 △한미 동맹 강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와 양원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한 전 대표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할 유일한 보수진영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들의 전략은 뻔하다, 오직 비상계엄 상황을 무기 삼아 그때 뭘 했느냐며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며 “그날의 비상계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겁이 나서 숲에 숨은 이 대표보다 먼저 국회로 향하고 제일 먼저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한 사람, 저 한동훈이 맞서야 이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경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당심’을 의식한 듯 윤 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자제하며 정책 일부를 계승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모든 정책들이 저평가받아서는 안 된다”며 “추진하려던 좋은 정책들은 더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탄핵 국면에서 기각 여론을 주도했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11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나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다음 날인 5일 관저를 찾아 윤 전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신(新)윤심 후보’로 떠오른 나 의원이 등판하며 국민의힘 경선 지형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구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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