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된 지 50년이 넘은 중견 전통 제약사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에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1960~70년대 창업한 이들 기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 기반과 브랜드 파워를 갖추고 있지만 그동안 비상장 상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세대교체, 신사업 진출,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으로 자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상장을 통한 외부 자본 유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1962년 설립된 아남제약을 2011년 인수해 출범한 마더스제약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상장 시점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중으로 예상된다.
마더스제약은 비상장 기업임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며 자체 브랜드 의약품을 꾸준히 출시해왔다. 2014년 ‘라세티 램정’을 시작으로 2021년 ‘로수엠젯정 시리즈’, 2022년 ‘테네글립정 시리즈’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2022년에는 약 370억 원을 투자해 익산 스마트팩토리를 가동하며 생산능력을 2배 이상 끌어올렸고 원가 절감과 품질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2022년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2000억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더스제약은 “사업 초기부터 함께한 투자자들에게 의미 있는 결실을 돌려주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라며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 진입과 생산시설 확충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마더스제약은 건성 황반변성 치료 신약의 임상 1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만성통증 치료제도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비임상 시험 분야에 대한 최종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업력 40년의 명인제약도 재경 인력 보강과 함께 KB증권을 단독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준비에 돌입했다. 1985년 이행명 회장이 설립한 명인제약은 올 7월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연매출 2000억 원, 영업이익률 30%라는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갖췄다. 명인제약이 IPO에 나선 배경에는 신약 개발과 승계 이슈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이탈리아 뉴론사와 치료 저항성 조현병 치료제 ‘이베나마이드’의 한국 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77세인 이 회장은 지분 90.9%를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주식 가치 평가에 따른 상속세 부담 대신 시장에서의 적정가치 평가를 받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52년 업력의 삼익제약도 최근 하나증권을 단독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상장 목표 시점은 올 10월이다. 삼익제약은 약물 재창출 기술을 활용한 천연물의약물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 치료제 ‘SIKD1977’에 대한 임상 2상 진행하고 있다. 한방의약품 ‘공진단’으로 알려진 익수제약도 최근 IPO 전담 인력을 모집하며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약국 기반 한방 제제에서 건강기능식품과 전문의약품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온 익수제약은 “IPO를 통해 천연물 기반 신약 개발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장 없이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전통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과 신약 개발이라는 새로운 과제 앞에서 자금 조달 플랫폼으로서 IPO를 선택하고 있다”며 “산업 고도화 흐름 속에서 경영 전략의 전환점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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