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미국 연방정부 예산 절감 프로젝트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머스크의 예산 절감 목표는 당초 2조 달러(약 2900조 원)에서 1500억 달러(약 218조 원)로 쪼그라들었다.
1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2026 회계연도에 낭비와 사기 감축을 통해 1500억 달러 절감이 예상된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앞서 머스크는 트럼프 대선 캠페인 기간 2조 달러 삭감을 공언하며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성부(DOGE) 책임자로 임명된 후엔 삭감 목표를 1조 달러로 낮췄고, 이번에는 이를 다시 1500억 달러로 조정했다. 백악관은 "1조 달러 절감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머스크의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국립보건원(NIH)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DOGE의 업무 평가 및 지출 제한 지침을 더 이상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방기관이 DOGE 지침을 공개적으로 무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도 약화하고 있다. 이날 내각회의에서 머스크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 이어 뒤늦게 짧은 발언 기회를 얻는 데 그쳤다. 트럼프 취임 직후 머스크가 내각 회의에서 줄곧 첫 발언권을 받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징적인 변화다.
DOGE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웹사이트에 공개된 절감 내역 가운데 일부는 동일 항목이 반복 계산되거나 이미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종료된 프로그램이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부 외부에서도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비용 절감 방향 자체는 옳지만, 머스크가 1조 달러 삭감을 달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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